취업준비생 '인턴' 노동력 착취, 기업·기관 '경력' 빌미로 저임금·과도한 업무 강요
'열정페이' 논란 고용노동부 인턴 기준 마련, 전문가 "기업·기관 인턴 인식 전환 필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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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턴을 상시 고용한 업체 3곳 중 2곳이 최저임금 미지급 등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열정페이' 근절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인턴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가운데 기업·기관의 처우 개선 실천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미디어펜DB | ||
[미디어펜=류용환 기자] 아르바이트 시급보다 훨씬 적은 임금으로 ‘인턴’을 고용한 유명 호텔, 패션, 헤어업체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장 중 한 패션업체는 인턴 선발 후 월 50만원만 지급했고 상시 근로자의 70%를 인턴으로 채용한 A호텔은 매월 30만원의 임금을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을 상대로 한 부당 행위는 기업과 기관 등에서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인턴 채용 후 영업 실적을 강요하면서 낮은 임금을 지급해 논란이 됐고 공공기관 등에서는 무급 인턴을 선발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기업 등이 고용 활성화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관련 규정 등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취업준비생의 인턴 경력 지원을 빙자해 저임금을 지급하며 근로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턴 고용 사업장의 노동법 위반 여부를 감독한 결과 151곳 중 103곳이 최저임금법을 준수하지 않거나 서면계약서 작성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을 고용한 업체 3곳 중 2곳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주휴·연장수당 지급 거부 50곳, 최저임금법 위반 45곳, 연차 미사용수당 미지급 32곳 등 103개 업체가 지급하지 않은 금액은 16억여원에 달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임시 근무직이지만 인턴의 경우 교육, 실습 등을 이유로 일반적인 근로 활동과는 다른 형태를 가진다.
특히 취업준비생의 경우 취업 5종 세트(공모전 수상·어학연수·자격증·인턴·봉사활동)로 불리는 기본 사항을 갖추기 위해 인턴 경력 확보는 필수 코스로 손꼽힌다.
하지만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인턴 경력이 필요한 이들을 상대로 기업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열정페이로 노동력을 착취한 것이다.
인턴 선발 이후 다른 내용의 업무를 맡기거나 공고 사항과 달리 식사 지원 등 혜택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피해사례로 꼽히고 있다.
회사원 B씨(30)는 “대학 시절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월 20만원을 받은 적 있었다. 취업을 위한 경력을 채우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받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았다. 알바 시급보다 못한 처우를 받았지만 불이익을 받을까 따질 수 없었기에 더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경험’을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과도한 업무를 강요하는 행위가 반복되지만 인턴에 대한 근로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과 기관은 이들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다.
해외의 인턴 활용 기준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무급 인턴의 경우 사전에 임금이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했고 프랑스는 계약 서명을 의무화했다. 일본은 인턴의 근로활동 여부가 인정될 경우 노동 관련법을 준수하도록 했다.
인턴을 상대로 노동력 착취 행위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부는 다소 늦었지만 ‘인턴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인턴 선발에 대한 통합적인 부분이 없고 인턴이 근로자인 곳도 있지만 최저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올해 중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보고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만들 계획에 있다”고 덧붙였다.
인턴을 상대로 한 열정페이 요구, 노동력 착취 등을 근절하기 위해선 정부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기업·기관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송하성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학에서는 ‘효율임금’ 개념이 있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효율임금은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인턴을 상대로 노동력을 착위하는 기업은 손해를 보는 행위다. 인턴 근무 기간은 6~12개월하면서 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엽 경희사이버대 공공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근로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인턴에 대해 해당 회사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등을 감독해야 한다. 직무교육 규정 등을 마련하고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턴 관련법 제정을 통한 인턴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국회나 공기업에서도 인턴 채용이 늘고 있는 만큼 처우 개선에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