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쟁의에 일체 관여 안 하겠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투쟁을 보는 안팎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밖으로는 현실을 망각한 처사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내부의 다른 노조는 불만이 가득하다.

특히, 11년 만의 파업카드를 꺼내든 조종사 노조 파업의 불씨가 관련 산업 전반으로 튈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 지난 19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대한항공 여객기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19일 파업 등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투쟁명령 1호를 발령했다.

조종사노조는 이날 “20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모든 조합원은 지침을 따른다”며 정시출근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비행준비, 근무를 위한 이동시 이코노미석 배정 거부, 항공법위반 운항 거부 등 세 가지를 명령했다.

노조 측은 “낮은 수준의 쟁의행위부터 시작해 사측과 추가 협상 정도에 따라 협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노조는 언제든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200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 4일간 파업하면서 항공기 총 1569편 중 979편(62.4%)이 결항돼 국내선 승객 9만4000명과 국제선 3만5000명 등 총 12만9000명이 불편을 겪었다. 화물의 경우 9700t의 수송 차질을 빚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더라도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운항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제주 제외)은 50%의 운항을 필수적으로 유지하게 돼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카드를 꺼내듦에 따라 경제적 손실 및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 주요국에서 세계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적항공사의 파업이 관광산업에 몰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주요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개입할 정도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적항공사 파업이 몰고 올 손실은 기업차원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여실히 드러났다”며 “운항차질로 인해 한국관광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난다면 항공사 뿐 아니라 숙박, 음식점은 물론 유통업체까지 입게 될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11년 만에 파업카드를 꺼내듦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대한항공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를 바라보는 내부에서도 또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조종사 노조인 조종사새노동조합(이하 새노조) 측은 협상노조의 쟁의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1845명 가운데 대한항공 조종사 조합원(1085명) 중 917명이 새노조 조합원(760명) 중 18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새 노조는 전체 조종사를 위한 성공적인 임금교섭을 위해서라면 명분이나 조합의 자존심을 버리고 새 노조도 앞장서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조종사노조가 두 노조간 태생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동쟁의를 강행한데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앞서 쟁의 투표와 관련해 새노조 홍창의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2015년 임협이 시작된 이후 조종사노조는 임협경과와 향후 투쟁계획에 대해 어떤 대화와 교류도 없었다”며 “조종사 노조는 목전의 일방적 행동에 새노조가 단순히 참여하라는 식이었다”며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새노조 관계자는 “새노조 일부 조합원이 쟁의 찬반 투표에 참여한 것은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새노조의 공식적인 방침은 협상노조의 쟁의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쟁의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다는 것 이외에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세부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새노조는 새노조 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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