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전기차 시장…'변방서 주류로'(下)
[미디어펜=김세헌기자] 환경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전기차. 그러나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과 충분한 충전소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과제라는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동급의 가솔린·디젤 모델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 주변에 충전소가 없어 주행 중 차를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소비자 사이에서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없앨 정도의 충전소 인프라를 갖추고 차량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전기차 대중화의 선결 과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현재 국내에 시판중인 전기차는 1회 충전시 150㎞ 이내 주행이 가능하나 회생제동을 통한 자체 발전기능으로 가속과 정지가 많은 도심 구간에는 연비가 높은 반면 지속적인 가속이 많은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연비가 낮은 편이며 이로 인해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차의 주행거리 문제를 극복하고 현재 보급된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전기차 급속 충전소 설비시설. / 미디어펜 자료사진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생명인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얼마나 운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미국 테슬라와 달리 국내에선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150㎞ 내외인 모델이 상당한 만큼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충전소 인프라는 그야말로 ‘바늘과 실’과 같이 전기차 성장과 가장 밀접한 관계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의 확산으로 정부, 전력기업, 자동차기업 등이 서로 협력이나 경쟁을 통해 충전표준 제정과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어 전기차 확산에 속도를 더해주고 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지역에선 2014년까지 약 100만기의 충전기가 보급됐으나, 2020년이면 그 규모가 1200만기를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2020년이면 승용차가 430만대, 버스 20만대, 택시 30만대 등 총 500만 대의 전기차가 운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충전 기초시설 발전 지침(2015~2020)’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총 480만기의 충전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택 등 개인용 430만기, 공공용으로 50만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배터리·충전기·스마트그리드·신재생에너지…시너지 '쑥쑥'

전기차는 전력기업에게도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될 전망이다. 도로나나 주택, 대형마트, 백화점 등 상업용 빌딩,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충전소가 소비자와 전력 공급자 사이의 매개체가 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전력기업들은 전력망 안정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기차 충전을 모니터링하고 제어,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력 수요가 높거나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충전 수요가 일시에 집중될  경우 망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충전에 필요한 전력량이 전기차 모델에 따라 적게는 10kWh, 많게는 100kWh까지 육박할 수 있다. 문제는 충전 전력의 크기로, 충전기에 따라 적게는 3~7kW, 많게는 50~100kW의 전력 수요를 유발시킨다. 

   
▲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전기차 충전기. 이 충전기는 충전·방전·과금·전력량계·통신장치로 구성되며 110·220V 전원 콘센트에서 충전할 수 있게 설계됐다.
전기차가 전력기업의 신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전기차 충전에 따른 별도의 요금 및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차 충전에 대한 요금 체계의 기본적 형태는 이미 갖추고 있으나, 세부적으로 계절별, 시간대별, 완속 또는 급속의 충전 방식 등 다양한 요금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산업에서는 소위 ‘움직이는 신재생에너지’로서 전기차를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는 분산형 전원이므로 저장된 전기는 전력망 자체의 안정성을 위해 활용 가능하다. 전력망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비상전원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일정 지역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연결된 전기차로부터 전력기업이 전력을 수급할 수 있다. 이는 소규모의 가상 피크발전소 개념으로, 다수의 전기차로부터 일시에 전력을 모아 전력망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전력 공급원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결합해 전력망 안정화에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의 배터리(전지)를 통해 쌀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팔아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과 보급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온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 이제는 정부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모델도 4인승에서 SUV, 미니밴에 이르기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높은 가격과 주행거리 문제가 최근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받고 있다. 이에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산되면서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부품, 충전소 인프라, 전력 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가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전기차 가격의 3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단가하락과 정책적 드라이브에 의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차세대 2차전지가 상용화되는 2020년 이후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배터리, 충전기,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과 결합하면 전후방 연관 파급효과가 커 정부와 기업의 보다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