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제 강수, 노조 무기한 투쟁 맞불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9개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조합의 반발로 한차례 무산되자 지난 4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응해 예탁결제원 노조는 9일 “사측이 성과중심문화 확산이란 미명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며 ‘비상경영체제 선포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무기한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10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유 사장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연봉이 1억490만원으로 321개 전체 공기관 중 가장 높아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올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700만원에 달한다.

예탁결제원 노조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근속연수가 높고 지난해 실적이 좋아 성과급이 반영돼 연봉이 높게 나온 것이고 연봉이 높은 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고용안정성을 높인다면서 정년을 연장 해놓고 성과주의 잣대로 예탁결제원을 저성과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개 금융 공공기관(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캠코·주택금융공사·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중소기업은행·산업은행·예탁결제원) 중 예탁결제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으로 금융감독원(17.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6.4% 증가한 1682억원, 순이익은 54.04% 늘어난 778억원을 기록하면서 2012년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에 유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총 2억5841만원으로 2014년 1억9926만원보다 29.7% 증가했다. 이에 비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490만원으로 2014년 1억69만원 대비 4.2% 오르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유 사장이 경영평가성과급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유 사장의 경영평가성과급은 2014년 1811만원에서 지난해 6521만원으로 260%나 늘었지만 직원들은 676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회사의 실적만 좋아지면 성과연봉제 도입이 직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퇴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는 저성과자 퇴출 도입을 올해말까지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며 “기타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도 올해 이후 저성과자 퇴출제도 도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에 일방적 불이익을 주는 성과연봉제를 5월말까지 도입하라는 건 정부의 단기성과주의 폐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 사장은 지난 13일 상무 중 가장 선임급인 박임출 본부장에 경영기획본부를 맡기고 노조와 성과주의연봉제 도입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박 본부장은 “(노조와의 협상이) 잘 해결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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