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채권단 지원 빛보나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수주절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에 총 집결한 가운데 수주낭보를 잇따라 전하고 있다.

   
▲ 수주절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에 총 집결한 가운데 수주낭보가 잇따라 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10일 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아테네에서 지난 6일 막을 올린 ‘포시도니아’는 노르웨이 ‘노르시핑’, 독일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와 함께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로 꼽히는 행사다.

50주년을 맞은 올해 전 세계 89개국, 1800개 업체에서 2만여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얼어붙은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인 가삼현 부사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으로 그룹조선해양영업본부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는 정기선 전무 등 국내 조선업계 수장들은 박람회에 총 집결해 수주전에 나섰다.

가장먼저 수주소식을 전한 건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포시도니아 박람회에서 올해 첫 대규모 수주를 기록했다.

그리스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사와 마란탱커스(Maran Tankers Management)사로부터 LNG선 2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각각 수주했다. 약 5억8000만달러 규모로, 올해 한국 조선소가 수주한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들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건조되는 모든 선박에 적용하고 있는 티어쓰리(Tier3, 선박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1KW당 3.4g 이하로 규제) 기준에 충족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들이다.

17만3400㎥급 대형 LNG선은 길이 295m, 너비 46m 규모로, 대우조선해양의 강점인 천연가스 추진 엔진(ME-GI엔진)이 탑재된 선박이다. 이를 통해 일반 LNG선 보다 연료 효율은 30% 가량 높고, 오염물질 배출량도 30%이상 낮출 수 있다.

31만8000톤급 VLCC는 길이 336m, 너비 60m로 고효율 엔진과 최신 연료절감 기술이 적용됐다. LNG선은 2019년 내, VLCC는 2018년 상반기 내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그리스 최대 해운선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이 경제 회복기에 선제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대규모 발주도 시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대우조선해양은 분석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회사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물심양면 지원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가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세계가 인정한 최고수준”이라며 “수주의 물꼬를 튼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 차코스 그룹 캡틴 파나요티스 차코스(Capt. Panagiotis Tsakos) 회장과 성동조선해양 김철년 대표이사가 계약서를 쓰고 있다. /사진=성동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도 그리스에서 첫 수주 소식을 전했다. 성동조선해양은 그리스 현지에서 세계 10대 탱커선사이자 성동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그리스 차코스(Tsakos)사로부터 7만5000톤급 정유운반선 4척(옵션 2척 포함), 약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LRⅠ급인 이 선박은 길이 228m, 폭 32.2m, 높이 20.9m로 2018년 상반기 납기 조건이다.

성동조선해양은 김철년 사장을 비롯해 박람회 기간 내내 강기성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 지회장이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납기·품질·안전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뜻을 선주 측에 전달했다.

선주 측 관계자도 “현재와 같이 어려운 조선 시황에서 성동조선해양의 단합된 노사의 모습에 무한한 신뢰가 생겨 최종 계약까지 결정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차코스사와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2006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10년에 걸쳐 원유 및 정유 운반선 등 총 15척의 선박에 대한 계약을 진행해 오며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부족으로 경영난에 처한 성동조선해양이 이번 수주건으로 회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박 발주의 큰 손인 그리스를 비롯해 각국 선주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수주 작업을 진행 중이다”며 “다만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저가수주에 나서지 않도록 신중한 입장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