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 이승만 부정하는 고아국가…한미동맹으로 중국 벗어나 경제번영
   
▲ 황정민 자유경제원 연구원
8.15 건국일에 생각한다: 북한에는 있고 대한민국에는 없는 것

'정신승리'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용어가 아니다. 중국작가 루쉰이 발표한 <아큐정전(1921)>에 등장하는 단어다. 명백히 패배한 싸움임에도 주인공 아큐는 어떻게든 자신이 이겼다고 합리화하며 망상 속 승리를 날조해낸다. 아큐의 ‘정신승리’를 보아하니 문득 북한이 머릿속을 스친다. 

탈북자들은 북한이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을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전언한다. 어차피 민족의 정통성은 북한과 김일성에게 있기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높이 살 일이 아니라는 논리다. 대단한 ‘정신승리’다.

북한식 정신승리는 효과가 컸다. 대한민국을 생일도 없고, 아버지도 없는 ‘고아국가’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역사교과서 어디에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명시하는 대목은 없다.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가르치는 교과서는 더더욱 없다. 

자학적 교과서로 교육받은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을 ‘출발부터 잘못된 나라’, 나아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인식한다. 그 결과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승만의 선택은 옳았고, 김구는 틀렸다고 말하면 왕따 당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러다 북한이 ‘진짜승리’까지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이념과 무관한 세종대왕, 이순신,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김구의 동상은 도처에 서 있어도 건국의 주역인 이승만의 동상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사진=연합뉴스


고아가 된 대한민국, 누구의 잘못인가

국가의 본질은 이념이다. 그리고 그 이념을 국민전체가 기리고 감사하는 날이 국가 탄생일, 즉 ‘건국일’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는 전 국민이 축하하는 생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의 건국이 1919년인지, 1945년인지, 혹은 1948년인지 논쟁한다. OECD가입국 중에서 유일무이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북한은 매년 1948년 9월 9일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립일로 기린다. 주요 인사들은 북한 주재 외교사절들과 함께 김일성 시신이 보존되어있는 금수산기념궁전에 헌화한다. 주민들은 혁명열사능을 방문해 건국의 주역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정상 국가가 아닌 북한조차도 한 목소리로 축하받는 탄생의 순간을 대한민국은 왜 아직도 마음껏 축하받지 못하는 걸까.

1948년 8월 15일을 우리의 시작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내심에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부정하려는 본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마치 건국일을 둘러싼 논쟁이 역사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논쟁인양 국민을 호도한다. 과연 그럴까. 

1919년 ‘임시’정부가 출범했을 때나 1945년 해방정국을 맞이했을 당시 우리에겐 국가의 영혼과도 같은 이념, 즉 ‘이로운 생각’이 부재했다. 여러 사상이 혼재했을 뿐이다. 그 안엔 국가를 번영으로 이끌 옳은 생각도 있었고, 국가를 나락으로 빠뜨릴 틀린 생각도 있었다. 조선 봉건주의가 타의에 의해 무너지니,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양립 불가한 두 사상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한 사상전 끝에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이남에는 비로소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선택’한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다행히도 우리는 대한민국을 이롭게 한 이념을 택했고, 덕분에 더 이상 굶주리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를 택하기 전인 1919년, 혹은 1945년이 건국일이라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뿌리 채 흔들고 싶은 자들의 교묘한 ‘선동’에 다름 아니다. 

   
▲ 대한민국 역사교과서 어디에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명시하는 대목은 없다.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가르치는 교과서는 더더욱 없다. 자학적 교과서로 교육받은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을 ‘출발부터 잘못된 나라’, 나아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인식한다.


이승만의 선물, 자유민주주의

그렇다면 그 위대한 이념을 이 땅에 최초로 선물한 인물은 누구인가? 바로 우남 이승만이다. 당시 시대상황은 혼탁했다. 해방 이후 한반도 인구의 77%가 틀린 생각인 공산주의를 원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김구를 위시한 소위 ‘민족주의’세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립하려한 세력을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취하는 자’로 매도했다. 

이 같은 혼탁함 속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졌던 유일한 선각자가 이승만이다. 그로 인해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대표자를 뽑을 수 있었으며 올바른 동맹을 맺어 4천년 만에 중국의 간섭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도 그가 마련한 초석 덕택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이념과 무관한 세종대왕, 이순신,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김구의 동상은 도처에 서 있어도 건국의 주역인 이승만의 동상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우남의 동상은 ‘대한민국 중심 축’인 광화문 광장에 발붙이지 못함은 물론이고, 이승만이 설립한 인하대학교에서조차 1983년 철거된 이후 시민단체 및 교수회의 거센 반발로 재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북한에 서있는 김일성 동상은 무려 3만개가 넘는다. 전체주의 국가와 단순히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들의 ‘정신승리’에 이념으로 맞서야 하는 현실 속에선 심각한 문제다. 

우리 스스로 이념전쟁에 승리했음에도, 그 승리의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있다. 과(過)를 상쇄하고도 남을 그의 공(功)이 청소년들에게 소개되지도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에 쓸쓸히 버려져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그 위대한 역사의 먼지를 털어 우리 일상 곳곳에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황정민 자유경제원 연구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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