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예산 삭감·서울메트로 전적자 위탁취업…공기업 지대추구 '악몽'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네 번째…동일한 유형의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강변역 방면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열차와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 사이에 용역업체 은성PSD 직원 김 모(20)씨가 끼여 사망했다. 서울메트로는 성수역에서 잠실역 방면 내선 운행을 20분 동안 중지한 뒤, 오후 6시 23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파장은 하루 이틀 사이 잦아드는가 싶었지만 사망한 직원의 개인적인 사정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일파만파였다. 지난 해 동일한 유형의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강남역에서 발생했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서울시민과 국민 모두 서울시정의 참담함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성토의 도가니였다. 4년 전 및 3년 전 성수역, 1년 전 2호선 강남역에서 똑같은 사망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난 ‘안전사고’라는 점에서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는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문제는 일목요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려보냈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들의 무능력과 기존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지대추구가 결합한 인재(人災)였다. SOC 안전관리에 관련된 박원순의 실정이 낱낱이 드러나는 사건이었다. 필자가 박 시장의 첫번째 실정으로 다루었던 반값정책 및 청년수당에 이은 두번째 정책실패다.

단적인 예로 지난 달 11일 경찰은 서울메트로 임직원 수십 명이 문제의 은성PSD로부터 상품권을 수수했던 정황을 포착했고, 서울메트로 보수공사 중 35%의 경우 부실시공을 감시하지 않고 부실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일한 유형의 네 번째 죽음이 일어날 때까지 박원순 시장은 방관했다. 전철 관련 전문성은 없으면서 박 시장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낸 사장 감사 비상임이사 등은 안전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는데도 예방 조치를 완비하지 못했다. 정비기술 없는 고령 사무직 메피아들은 주 1~2회 출근하는 등 앉아서 놀고 먹었다. 은성PSD에 내려갔던 서울메트로 전적자들로 인해 비정규직 직원이 서너 개의 역을 동시다발적으로 담당해야 했다.

   
▲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동일한 유형의 안전사고가 여러번 일어난 뒤 재차 일어난 사망사고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려보냈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들의 무능력과 기존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지대추구가 결합한 인재(人災)였다./사진=미디어펜


메피아 문제 말고 추가로 밝혀진 점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 사이에 퇴직자를 내려 보내는 ‘메피아’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는 점 말고도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통해 밝혀진 점이 몇 가지 더 있다.

▲작년 동일한 유형의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있었으나 당시 이를 사망한 직원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 아직까지 서울메트로와 유가족들이 소송 중이라는 것 ▲수리 현장 실제 상황과 기존 안전매뉴얼은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 ▲문제의 외주업체 은성PSD와 서울메트로의 계약 체결은 박원순 시장 임기에 이루어진 것 ▲박 시장이 지하철 안전관련 연간 예산을 오세훈 시장 임기 2011년과 비교해 918억 원 삭감했다는 것 등이다.

박원순 시장의 실정은 안전예산 삭감과 서울메트로 전적자, 메피아 문제로 드러난다.

전철 안전관련 예산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1년도에 2395억 2780만 원이었으나,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2011년 10월 이후 2013년도 해당 안전예산은 1985억 4777만 원으로 줄었고 2014년에는 1476억 4890만 원으로 대폭 줄었다.

박 시장은 전임자 오 시장에 비해 전철 안전예산을 38% 삭감했다. 주로 유지보수용 수선유지비, 시설유지관리 외주위탁비나 지하철 유지보수 물품(저장품), 노후시설공사(선로, 전로설비) 등 경직성 안전예산이 삭감됐다. 

한편 2011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두 달 뒤인 그 해 12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는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정비관리 외주업무와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듬해 4월 1일 노조와의 협의 하에 파인서브웨이(지하철 유실물센터 운영), 프로종합관리(전동차 경전비), 성보세이프티(구내운전), 고암(모터카 및 철도장비)이라는 용역 회사들과 위탁 계약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이로 인해 창출된 515명 일자리에는 서울메트로 전직자가 344명(66.8%) 들어갔다. 서울메트로 전직자들의 지대추구, 메피아의 시작이다. 이러한 사실은 2014년 1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 후, 민노총 건의사항에 대한 서울시의 조치계획을 담은 서울시 문서에 나와 있다. 

   
▲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강변역 방면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열차와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 사이에 용역업체 은성PSD 직원 김 모(20)씨가 끼여 사망했다. 서울메트로는 성수역에서 잠실역 방면 내선 운행을 20분 동안 중지한 뒤, 오후 6시 23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사진=연합뉴스

공기업 공무원들의 지대추구…서울시의 수수방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서울메트로가 소비자와 고객 중심으로 경영의사결정을 한 게 아니라 내부의 지대추구에 몰두했음을 반증한다. 서울시는 지난 몇 년간 수수방관했다. 박원순의 서울메트로 낙하산 인사들은 이를 제어, 개선하지 못했다. 돈을 쏟아 부어도 만연한 공기업 공무원 마인드로 인해 안전이 담보될지 불투명하다. 그 와중에 박 시장은 예산까지 삭감했다.

관건은 서울메트로가 서울시 소유라는 점 때문에 아무리 적자가 누적되더라도 사실상 도산의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경쟁은 물론이고 체질 개선과 노동구조 혁신을 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다. 안전은 돈이다. 모든 일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면서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은 솔직해져야 한다. 면피하지 말고 자신의 실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늦지 않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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