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百, 대형 쇼핑몰로 자존심 싸움 가열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이 ‘랜드마크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롯데는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완공을 앞두고 있고 신세계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을 열겠다고 나서면서 각자의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 백화점 위상 약화로 대안 찾는 유통가

   
▲ 스타필드 하남 프리오픈 첫날 모습./미디어펜

전통적으로 백화점은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해 왔다. 많은 이들이 택시 등을 이용할 때 “OO백화점 근처”와 같은 표현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대에서 가장 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잘 알려진 시설이기 때문이다.

최근 백화점들의 이 같은 위용은 많이 약화된 추세다. 영화관 등의 여가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쇼핑몰의 등장과 온라인 쇼핑 문화의 확산 등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업계 매출은 2013년 29조8004억 원의 정점을 찍고 2014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0.6% 줄어든 28조9087억원을 기록했고 성장률도 2011년 11.4%에서 2012년 5.4%, 2013년 2.6%로 급감하고 있다.

2000년 서울 삼성동에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형태의 ‘코엑스몰’이 들어선 이래 2004년 현대산업개발의 용산 ‘아이파크몰’,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2012년 서울 여의도 ‘IFC몰’ 등의 복합쇼핑몰이 연달아 문을 열었고 부산에도 2009년 ‘신세계센텀시티’가 들어서면서 쇼핑객들을 흡수했다.

이들 복합쇼핑몰은 시설 내에 다양한 형태의 매장과 식당은 물론이고 멀티플렉스 영화관, 수족관까지 품으면서 기존 백화점이 갖고 있던 ‘쇼핑의 모든 것’이라는 타이틀을 빼앗았다. 오히려 일부는 기존 백화점을 병합한 형태로 운영돼 상위 시설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최근 수년간 온라인 쇼핑 채널과 제조·유통 전문 SPA 패션 브랜드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백화점의 입지는 더욱 약해졌다.

가격과 간편한 쇼핑을 무기로 내세우는 온라인 쇼핑몰들은 백화점을 ‘둘러보러 가는 곳’으로 전락시키고, 역시 가격이 무기인 SPA 브랜드의 확산도 패션 부문 매출이 30%대에 달하는 백화점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안팎으로 위협받고 있는 백화점의 위상에 업계는 복합쇼핑몰과 같은 보다 큰 규모의 시설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가격과 규모를 앞세운 형태로 아울렛 매장들도 운영하고 있지만 자존심 회복을 위해 보다 ‘존재감 있는’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이 구역의 백화점은 나야”…체급 키우는 현대백화점

   
▲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여의도 '파크원' 예상도./사진=현대백화점

21일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열겠다고 밝혔다. 대형 복합시설 ‘파크원’ 내 상업시설 운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파크원에 들어설 현대백화점은 지하 7층부터 지상 9층까지 영업면적 8만9100㎡ 규모에 달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영업 중인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다.

현대백화점의 ‘크기 싸움’은 지난해 영업면적 9만2416㎡의 판교점을 내면서 본격화 됐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후 1년간 매출 7500억원, 방문객 1500만여 명을 기록하며 인근 상권을 장악했다.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행보는 서울 종로 중심 상권에 둥지를 튼 롯데와 신세계를 상대로 현재 주력인 강남구 압구정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 중심으로는 주도권을 가져오기 어렵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롯데와 신세계가 대형 복합쇼핑몰을 세우면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따른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 “높게, 더 높게”…자존심 탑 쌓는 롯데

   
▲ 롯데월드타워 모습./사진=롯데물산

대규모 쇼핑 단지로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은 롯데다. 1988년 서울 잠실에 놀이공원 롯데월드를 개장하고 호텔, 백화점 등을 한 곳에 모아 랜드마크를 형성했다. 또 서울 시내 상권인 종로구 소공동에도 호텔과 백화점, 면세점 등을 갖춰 인근 신세계백화점·면세점과 상권을 양분하고 있다.

롯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잠실에 2010년 지하 6층부터 지상 123층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 착공에 들어갔다. 연면적 80만7613㎡에 사무·거주공간, 6성급 호텔, 전망대 등으로 구성되고 대형마트, 영화관, 아쿠아리움, 쇼핑몰, 면세점 등을 갖춘 롯데월드몰까지 조성해 ‘제2롯데월드’로 불린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특허권 재획득에 실패하면서 영업 종료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추진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 건축물인 만큼 이후 많은 홍역을 앓았다. 공사 과정에서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아쿠아리움과 극장 시설에 진동·누수 현상으로 시설안전 문제가 제기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여기에 인근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잇달아 발생해 롯데월드타워 공사 때문이라는 의혹도 받아야 했다.

여러 잡음에도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이 문을 열었고 첫 한해 동안 2820만 명의 누적 방문객을 기록했다. 앞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 높이 305.35m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3월 100층 413.65m에 도달하고 12월 상량식을 가졌다.

롯데월드타워는 올해 12월 완공될 예정으로 이미 서울 동남권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건축 허가 과정과 관련된 비리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사업성 보다 상징성을 우선시한 프로젝트를 밀어붙인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 “쇼핑은 놀이다”…별천지 꿈꾸는신세계

   
▲ 스타필드 하남 프리오픈 당시 전경.

서울 명동에 백화점과 새로 문을 연 면세점까지 보유한 신세계는 강남권과 시 외곽을 동시 공략하고 있다. 특히 ‘쇼핑 테마파크’라는 컨셉 아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일 정식으로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은 부지면적이 45만9498㎡에 달하는 규모에 각종 전문 매장과 백화점, 마트, 물놀이·실내 스포츠 시설까지 갖춰 가족 단위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한다.

신세계그룹의 모든 유통 역량을 결집해 방문객이 다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한 스타필드 하남은 정용진 부회장이 언급한 “유통업의 경쟁자는 놀이동산이나 야구장”이라는 의미의 실체화로 평가된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에 선보인 ‘이마트타운’도 이와 같은 맥락의 시도였다. 

지난 5일 프리오픈 당일부터 18일까지 스타필드 하남 방문객은 175만 명에 육박했으며 신세계는 이 같은 스타필드 복합쇼핑몰을 2020년까지 전국 각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스타필드 하남은 인근 지역에 교통난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발생시키고 있어 영향력을 입증했다.

신세계는 서울 강남 상권 강화에도 고심하고 있다. 다음달 예정인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고려하며 서울 강남권에 3곳 정도의 후보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영업면적을 5만5000m²에서 8만6500m²로 증축해 재오픈 하고 3년 내 매출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현대백화점과 나란히 위치한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 인수도 추진했다. 코엑스몰 매출이 급감하면서 적자 위험이 커져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인수할 경우 백화점 강남점이 위치한 서초구 반포 일대부터 삼성동을 지나 하남까지 서울 동남권을 잇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신세계는 전국 스타필드를 통해 차별화 된 유통 브랜드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서울에서는 강남권을 조여 가며 잠실과 삼성동을 쥐고 있는 롯데와 현대백화점을 견제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