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카드' 만지작…서민피해 우려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개인사업자를 비롯한 대출수요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가계대출의 질이 급속하게 떨어져 새로운 '폭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규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가 서민들에게 줄 피해가 문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은 249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수치가 222조 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2% 정도 급증했다.

   
▲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대출수요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항변하지만 가계대출의 질이 급속하게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디어펜


양적인 문제도 있지만 대출의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출 증가분 상당수가 제2금융권 대출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대출은 7조원, 상호금융 대출은 22조 7000억원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에는 각각 5조 7000억원과 14조 3000억원이었다. 저축은행의 경우 23%, 상호금융의 경우 무려 59%나 늘어난 모습이다.

이들 개인사업자들 다수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해 제2금융권으로 향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등 은행권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담보가 없고 소득을 증명하기도 어려운 개인사업자들은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수요자들이 저축은행에 몰리는 모습이 '질적 저하'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저축은행권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깐깐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저축은행의 '건전화'가 달성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등 서민대출이라는 본래 역할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정리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가 새로운 가계부채의 폭탄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엔 가계 신용대출을 주된 영업수단으로 삼고 있는 저축은행 14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조사의 주된 내용은 금리산정 체계의 적정성, 대출모집인 영업 관행 등이었다.

저축은행의 건전성 감독규제도 강화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고위험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연체기준, 대출모집인의 영업 관행 등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과정"이라면서 "자산건전성 기준을 강화해 무분별한 대출이 제어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저축은행 대출 역시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당장 이달 말부터 규제가 시행된다. 특히 저축은행에서 시행 중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자금 공급을 조절할 예정이다. 이로써 제2금융권 대출의 질은 유지되겠지만 반드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이 신용대출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들은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가 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일련의 조치에 대해 "(대출의) 총량 기준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틀렸다"고 비판하면서 "대출수요를 소득별‧지역별‧연령별로 섬세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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