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관광객 공략 등 다각화 전략 필요…"관광산업 발전 계기로 삼아야"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중국 당국이 저가 여행 패키지 근절을 위해 현지 여행사들에게 수요 감축을 지시하면서 국내 면세점을 비롯한 관광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한국관광공사와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가여유국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불합리한 저가여행’을 중점적으로 관리·정비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K뷰티 존'/신세계디에프

각 지방 여행사에 저가 여행 수요를 지난해 대비 최대 20% 줄이고 한국에서 쇼핑을 하루 한 번만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한국뿐 아닌 저가 여행 상품이 있는 모든 국가에 대한 조치로 내년 4월까지 단속이 이뤄진다.

이에 중국인 관광객(유커) 특수를 누리고 있는 국내 면세점 등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중국 국경절 연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로 감소할 전체 관광수입은 최대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총 598만4170명이 인당 약 272만원을 소비한 수치를 기준으로 20% 감소를 단순 계산한 것이다.

이에 호텔, 면세점 등 관련 업계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관광산업에 힘입어 이번에 서울에만 4곳의 추가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부여될 예정인 만큼 이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 조치는) 단체 관광객이 주 대상이지만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은 구체적인 여파를 파악하기 어려워 다음달 방문객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지속적으로 제기된 중국인 관광객 편중 현상 문제를 인식하고 고객·상품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서울 면세점 업계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은 많게는 70%대에 이른다.

서울 시내면세점 점유율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속적인 해외 면세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오랜 운영 경험과 1위 사업자의 영향력에 기반한 자체 관광객 수요 확보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태국 방콕점의 경우 내년 1월경으로 개장 일정이 미뤄졌지만 이를 통해 해외 사업에서도 한층 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국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기준 37억5000만유로로 2년 연속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한 ‘롯데면세점 패밀리 페스티벌’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2만5000명을 끌어 모으는 등 다양한 대형 이벤트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5월 서울 시내에 첫 면세점을 개장한 신세계도 최근의 개별 관광객 증가 추이에 맞춰 이들이 주로 찾는 캐릭터 상품이나 마니아층을 노린 고급 향수, 국산 화장품 매장 등 다양한 MD를 구성해 위험부담을 낮추려 하고 있다.

개별 관광객의 증가세가 뚜렷한 최근 추이를 볼 때 이 같은 전략이 장기적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서울 시내면세점 한 종사자는 “최근 젊은 20~30대 개별 관광객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지 마케팅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일본 등 관광객 다국적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일본인 관광객에 인기가 높은 가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사인회 등의 이벤트를 선보이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 진출을 노리는 사업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가 완료되면 서울에만 총 13개의 면세점이 경쟁하게 되는 만큼, 이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신규 진출 대기업 후보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다른 대형 유통사들과 경쟁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숙원 사업’인 만큼, 단기적인 면세 사업의 전망에 다소 변동이 있더라도 전략에 큰 수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후보지로 내세운 삼성동 일대에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한류 스타 등을 적극 활용해 '한국 방문의 창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신규 특허를 받은 SM면세점과 올해 중소기업 제한경쟁으로 입찰에 뛰어든 5개 후보업체 등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대기업에 비해 열세인 자본력으로 초기 투자비용에 따른 수년간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데 손익분기점 달성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것이 왔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관광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고 이 같은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와 같이 항상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개별 관광객 증가세를 보면 객단가가 높은 개별 관광객이 확실히 늘고 있다. 중국에서 원하는 저가 패키지 근절도 되면서 우리나라 관광 서비스 질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사태도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중국의 관광 문화와 수요 정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60~70%가 중국인이라는 점이 면세점 등의 수요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 관광 산업 고도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