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그린라이트' 일등공신…11월 본입찰 기대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과점주주 매각방식 발표 이후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가 선방, 공격적인 해외 IR 부분에 호평이 이어진다. 조직 내부에서도 수석부행장을 없애고 수시승진 예고제를 도입하는 등 혁신에 앞장섰다. 11월 지분매각 본입찰을 목전에 앞둔 현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다리며 온화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매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로 인수후보들은 실사를 마치고 본입찰 절차에 들어간다. '4전 5기'의 실패와 재도전 속에서 드디어 민영화의 결실이 보이는 분위기다.

   
▲ 과점주주 매각방식 발표 이후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가 선방, 공격적인 해외 IR 부분에 호평이 이어진다. /우리은행


여기까지 온 데에 이광구 은행장의 공로가 큰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2014년 12월 제49대 행장으로 취임한 이광구 은행장은 취임 일성에서부터 '민영화'를 테마의 중심에 놓고 활동해 왔다. 2년간 수없이 이어진 국내외 IR(투자자 설명회)은 민영화를 바라는 이 은행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척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4번이나 고배를 마신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능성을 높게 쳐주지 않았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 전략을 변경한 지난 8월 22일부터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우리은행 주가는 그 이후 가파르게 올라가 현재 1만 2000원 선을 오가는 상황이다. 8월말 기준으로 20% 이상 급등했다. 

실적 또한 훌륭하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 실적은 이미 작년 전체 순익을 넘어섰다. 당기순이익은 35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 넘게 상승했다.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화려한 성적표가 이어졌다.

이광구 은행장의 리더십은 언뜻 '서프라이즈'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온화한 인상에 눈에 띄는 언행을 하지 않아 은행권 내부에서도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이 우리은행의 현 상황과는 더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광구 행장은 40년 가까이 우리은행에서 생활한 대표적인 '우리맨'으로 꼽힌다. 내부 인사 출신답게 행장 취임 이후 그는 우리은행에 꼭 필요한 처방들로 조직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연이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이 행장의 '용인술'이 결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행장은 취임 후 수석부행장 제도를 없애고 영업지원그룹‧국내그룹‧글로벌그룹 등 3개 그룹장 체제를 도입해 업계의 화제가 됐다. 한 측근은 "분야별로 전문화된 그룹장들이 분야별로 활약하면서 업무 집중도가 확연히 올라갔다"면서 "이는 이광구 행장이 우리은행 업무 전반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된 '수시 승진 예고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치 대학 수시입학 제도처럼 성과를 낸 직원에게 정기 인사 이전에 승진을 '예고'하는 시스템이다. 직원들의 동기가 부여되고 심리적인 인센티브가 생기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역시 은행원들의 마음을 잘 아는 이광구 은행장이기에 과감하게 도입할 수 있었던 제도로 손꼽힌다.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레임덕'과는 관계없는 탄탄한 리더십을 과시 중인 이광구 은행장의 관심사는 여전히 민영화다. 최근에는 가파르게 올라온 주가가 오히려 이 행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주가가 오르면 과점주주 입장에서는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 매각 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 주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공부한 뒤 수능을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담담한 마음으로 11월 본입찰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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