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매장부터 주변 관광 개발까지 경쟁 치열…운영 경험과 입지 조건은 변수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두고 삼성동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HDC신라와 현대백화점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매장 전략부터 주변 관광산업 발전 계획까지 치밀해 귀추가 주목된다.

   
▲ 현대면세점 9층 내부 예상도/현대백화점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특허면적 1만4005㎡ 규모의 면세점을 만들 계획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은 최근 한류를 활용한 관광 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데 이어 1일 구체적인 면세점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7월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당시 계획했던 면적 1만2000㎡보다 약 17% 가량 늘어난 규모로 이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날 공개한 내용에는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와 VIP 라운지, 정보화기술(IT)을 접목한 가상현실(VR) 피팅룸과 VR 메이크업 체험존 설치, 매장 면적의 40% 이상 국산품 매장으로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일부 점포 브랜드를 대상으로 ‘VR 스토어’를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서 운영 중이다.

특히 ‘K-뷰티(Beauty)’, ‘K-패션(Fashion)’, ‘K-푸드(Food)’, ‘K-한류 콘텐츠(Experience)’ 등 4가지 테마의 ‘한류 체험 공간’을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류 문화·쇼핑을 접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면세점 신규 사업자에게 가장 큰 진입장벽인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만전을 기했다.

국내 주요 면세점에 ‘루이비통’, ‘디오르’ 등 브랜드를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부터 부루벨코리아와의 상호 협력을 추진해 왔다.

현대면세점은 특허를 획득할 경우 부루벨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총 47개 브랜드에 대한 입점을 확약 받았다. 이와 별도로 ‘불가리’, ‘토즈’ 등 188개 국내외 명품·잡화 브랜드에 대한 입점의향서(LOI)도 체결했다.
 
심사 평가 기준 중 하나인 면세점 보세화물의 관리 준비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면세점 통합 IT 시스템 업체인 도시바와 MOU(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안시설·인력(ADT캡스), 보세화물관리(세광HR) 등 관련 전문 업체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한국도심공항(CALT)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보세물류창고(9917㎡)도 확보했다.
 
집객 역량 확보에 있어서는 지난달 중국 현지 17개 여행사와 MOU를 맺고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예비 수요 200만명을 확보했다고 내세우기도 했다.

현대면세점의 가장 큰 약점은 기존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신규 사업자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업계 전문 인력 영입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30년 넘게 국내 최고급 백화점을 운영한 유통 전문 그룹으로서의 역량과 시너지를 결합해 고품격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구현할 것”이라며 특허 획득 의지를 강조했다.

   
▲ HDC신라의 면세점 후보지인 아이파크타워/HDC신라

현대면세점 후보지와 대로 하나를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에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인 HDC신라도 앞서 지난달 매장 차별화와 관광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는 지난해 용산점 특허를 확보해 이번 기회에 2호점으로 강남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HDC신라가 내세우는 강점은 호텔신라의 운영, 현대산업개발의 개발 역량에 삼성전자의 IT(정보기술) 기술까지 더한 면세점이다. 아이파크타워 1층에서 6층까지 약 1만3000㎡ 공간에 IT와 국산품 특화 매장인 ‘디지털 혁신 면세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Merged Reality) 기술, 삼성SDS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방문객이 간단한 자신의 취향을 입력하고 ‘MR 피팅룸’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하는 형태다. 향후에는 축적된 관광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여행지와 맛집 코스까지 안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층 면세점 로비에 6m 층고를 활용한 홀로그램 영상과 미디어월,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IT 시설을 갖추고 각 층별로 매장별 주제에 맞춘 각종 디지털존도 설치한다. ‘IT 융‧복합 체험형 면세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한국적 요소도 강조했다. 1층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자연 경관을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하는 ‘K-헤리티지 존’과 한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K-POP 존’ 등을 만들고, 국산 플래그십 매장과 신진 디자이너‧K드라마 편집숍도 입점시킬 계획이다.

특히 HDC신라는 용산 1호점에서 선보인 국산품 매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K-Cos(뷰티)’, ‘K-백(Bag)’, ‘K-컬처’, ‘K-푸드 & 헬스’의 ‘4K-프로덕트’ 면세점을 주제로 2층 국내‧외 명품과 시계, 3층 화장품·향수, 4층 ‘K-디스커버리’ 국내 화장품 전용관, 5층 패션‧잡화, 6층 상생협력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강남 관광 활성화 전략으로는 면세점을 중심으로 하는 ‘강남 시프트(SHIFT)’ 전략을 내세웠다. ‘IT 스마트(Smart) 관광’, ‘체험(Hands-on) 관광’, ‘지역 관광 연계(Interactive)’, ‘재미(Fun’), ‘교통 인프라(Transport)’의 앞머리 글자를 딴 컨셉으로 아직은 구체적인 추진 단계가 공개되지 않았다.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빠뜨리지 않았다. 용산 1호점의 ‘K-디스커버리관’, ‘상생협력관’ 등의 사례를 활용해 국산 중소‧중견기업 브랜드 ‘K-프로덕트’ 운영을 통해 이 부분의 평가를 만족시킨다는 방침이다.

양창훈‧이길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모든 시스템과 제반 여건은 다 갖춰져 있으며 컨셉만 접목 시키면 돼 빠른 시간 내에 (신규 면세점을)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모두 첨단 기술과 한류 문화 등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이어지는 쪽이 유리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운영 경험 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지만 현대백화점의 오랜 유통 노하우와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HDC신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기존 대형 백화점에 후보지를 둔 현대면세점에 비해 상업 시설이 아닌 아이파크타워를 내세운 HDC신라는 매장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같은 지역임에도 대로 하나를 두고 미묘하게 다른 입지적 조건도 변수다.

현대면세점은 백화점, 코엑스몰, 도심공항터미널 등과 이어지며 HDC신라의 아이파크타워는 향후 조성될 예정인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와 나란히 위치하게 된다.

이에 양사는 따라 주변 시설과의 연계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측 모두 현대자동차와 협업을 위해 접촉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다만 아직 사업자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는 오는 12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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