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면세점'으로 젊은 소비자층 공략…체험형 국산품 특화 매장 조성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사실상 마지막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에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SK네트웍스 등 그 동안 거론됐던 대기업 후보들이 모두 뛰어들면서 각 사의 전략과 경쟁우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양창훈, 이길한 공동대표는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마감일인 4일 오전 10시 50분경 서울세관에 특서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문을 연 용산점에 이어 삼성동에 호텔신라의 운영, 현대산업개발의 개발 역량에 삼성전자의 IT(정보기술) 기술까지 더한 2호점을 삼성동에 만든다는 사업계획을 담았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사진=HDC신라면세점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의 신규 면세점 주제는 ‘밀레니얼 면세점’이다. 1980년대에 태어난 젊은 소비자층에 집중해 IT를 접목한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길한 대표는 “미래형 밀레니얼 면세점은 IT강국의 위상과 한국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면세점 2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미국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아이파크타워 1층에서 6층까지 약 1만3000㎡ 공간에 IT와 국산품 특화 매장이 ‘디지털 혁신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Merged Reality) 기술을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삼성SDS의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방문객이 간단한 자신의 취향을 입력하고 ‘MR 피팅룸’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한다. 향후에는 축적된 관광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여행지와 맛집 코스까지 안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1층 면세점 로비에는 6m의 높은 층고를 활용한 홀로그램 영상과 미디어월,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IT 시설이 들어서며 각 층별로 매장별 주제에 맞춘 각종 디지털존이 설치된다. ‘IT 융‧복합 체험형 면세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것이다.

한국적 요소도 강조한다. 1층에 설치되는 시설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자연 경관을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하는 ‘K-헤리티지 존’과 한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K-POP 존’ 등으로 조성되며 국산 플래그십 매장과 신진 디자이너‧K드라마 편집숍을 내세워 한국의 문화∙생활 모두를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HDC신라면세점은 용산 1호점의 주요 성공 요인을 특화된 국산품 매장으로 판단하고 이를 한층 강화한다. ‘K-Cos(뷰티)’, ‘K-백(Bag)’, ‘K-컬처’, ‘K-푸드 & 헬스’의 ‘4K-프로덕트’ 면세점을 주제로 2층에는 국내‧외 명품과 시계, 3층 화장품∙향수, 4층 K-디스커버리 국내 화장품 전용관, 5층 패션‧잡화, 6층 상생협력관 등을 갖춘다.
 
면세점 사업지인 강남 활성화 전략도 내세웠다. 서울에서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 9개점 중 8곳이 강북에 위치해 있는 만큼 강남구 삼성동에 면세점을 운영함으로써 ‘용산-중구-강남’을 잇는 관광축을 형성한다는 구상이다.
 
인근 상권 분석을 통해 대규모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 자유여행 관광객 유치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면세점을 중심으로 하는 ‘강남 시프트(SHIFT)’ 전략을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내세웠다. ‘IT 스마트(Smart) 관광’, ‘체험(Hands-on) 관광’, ‘지역 관광 연계(Interactive)’, ‘재미(Fun’), ‘교통 인프라(Transport)’의 앞머리 글자를 땄다.

이를 위한 입지 조건을 보면 아이파크타워가 위치한 강남구 삼성동 일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도심공항터미널, 국내 1세대 복합쇼핑몰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이 있어 서울 동남 상권의 중심으로 꼽힌다. 여기에 2023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광역 급행철도(GTX)까지 들어서면 일산 킨텍스부터 경기도 평택까지도 이어진다. 

경쟁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인근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선정해 비슷한 입지 조건을 내세운다. 동일 지역인 만큼 양사가 모두 사업권을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HDC신라는 “5개 심사 항목을 모두 만족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며 사업 역량을 강조했다.

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된 ‘특허구역 관리 역량’과 ‘경영 능력’에는 ‘세계 관세기구 우수기업 인증(AEO)’을 획득한 모기업 호텔신라의 운영 역량과 현대산업개발의 개발 능력으로, ‘관광 인프라’ 부분에는 삼성동 일대의 입지 조건을 내세웠다.
 
또 ‘중소기업 판매실적’과 ‘상생협력 노력’ 부분은 용산 1호점의 ‘K-디스커버리관’, ‘상생협력관’ 등의 사례를 활용한 국산 중소‧중견기업 브랜드 K-프로덕트 운영을 통해 만족시킬 방침이다.
 
양창훈‧이길한 공동대표는 “(면세점)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면세점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동북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며 “모든 시스템과 제반 여건은 다 갖춰져 있으며 컨셉만 접목 시키면 돼 빠른 시간 내에 (신규 면세점을)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이번 특허 입찰을 통해 중소기업 1곳 외에 대기업 3곳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줄 계획이다.

심사 절차는 공고 종료일로부터 8일 이내 세관장 심사를 거쳐 관세청장에게 사전승인 신청, 이로부터 60일 이내 특허심사위원회를 통한 심의로 이뤄진다. 승인 여부는 특허심사위원회의 사전승인 의결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세관장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이로써 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의 신규 사업권이 확정되면 기존 9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13곳으로 늘어 시장 포화 상태가 점쳐지는 만큼 사실상 마지막 면세점 진출 기회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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