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보은·측근 인사로 메워진 산하기관 임원 방만경영만 부채질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서울시 산하기관 100명 이상 공사․공단․출연기관이 근로자이사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정원기준으로 볼 때 시행 대상기관은 총 13곳1)에 이른다. 근로자 300명 이상인 6개 기관은 근로자이사를 2명까지 나머지 7개 기관은 1명을 두게 된다. 이렇게 기관별로 선임된 근로자이사는 기관의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에서는 그 목적을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통하여 근로자와 사용자간 협력과 상생을 촉진하고 경영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확보하며, 대시민서비스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함이라 명시했다. 관점과 해석에 따라 근로자이사제가 상당히 이상적인 노사관계 구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노사관계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다. 우리 노조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머리띠부터 두르며 파업권력으로 으름장을 놓는 등 매우 강성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서울시의 공공개혁 의지는 ‘안개 속’

박원순 시장은 근로자이사제 조례 제정 기념 토크콘서트의 축사에서 “우리사회 갈등 비용이 246조원에 달하며 근로자이사제가 이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 말하였다. 근로자이사제를 마치 한국 사회 갈등을 푸는 만능 열쇠인양 미화했다. 아마도 박 시장은 ‘노사분규 없는 사회’를 꿈꾸는 듯하다. 떼쓰는 노조집단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노사분규 없는, 갈등없는 사회를 만들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회는 속으로 곪는다.

우리사회 공공기관에 있어서 해묵은 과제는 줄곧 방만운영이나 경영비효율 문제이다. 공사나 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의 리더의 역할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관장은 노조의 파업시도 강압에 굴하지 않고 개혁이라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런 개혁에 노조와 근로자의 저항과 아우성이 없을 리 없다. 그렇다면 박 시장이 희망하는 근로자이사 도입으로 인한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자칫 노조입맛에 길들여지고, 서울시장에 의해 임명된 기관장은 경영개혁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 풍조를 낳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공공기관의 부채와 영업적자 등 경영부실은 더욱 심각해진다. 근로자와 노조는 행복할지 모르나, 혈세를 투입해야 할 시민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근로자이사제 조례에는 근로자이사의 권한을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며, 그에 따른 권한의 행사는 시민복리 증진 및 공익성이 우선되도록 한다”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공익성’은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낳는다. 주민이나 기관장은 해당 기관의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을 공익으로 본다. 하지만, 그런 경영효율화를 위한 시도가 근로자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노조입장에서는 노동권익 차원에서의 파업권 행사를 공익으로 볼 것이다. 당연히 근로자이사의 공익성에 대한 인식은 후자일터다. 만약 보안을 필요로 하는 경영 결정사항도 이 ‘공익’이라는 보호막을 내세워 노조나 근로자에게 사전 공지될 지도 모른다.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들은 기업이다. 기업에서는 신속한 경영판단은 생명과도 같다. 그런데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이사가 노조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에는 노조의 동의를 받기 힘들어 공기업의 경영악화가 더욱 우려된다. 방만 경영과 높은 부채, 성과급 잔치 등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에서,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공공개혁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임금피크제나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시급한 과제도 근로자이사제에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말 박 시장은 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산하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 사항으로 붙인다며 장기적으로 미뤘다. 이제는 근로자이사들이 정부의 지방공기업에 대한 공공개혁 차단막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 서울시 산하 공사와 출연기관 등 15곳(지방공사 4곳, 출연기관 11곳)을 분석한 결과, 재무건전성은 위기에 접어들었고, 기관들 노조가입률은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등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고, 기관장과 경영진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사진=미디어펜

적자수렁에 빠진 근로자이사제 대상기관들

정부는 2014년 초, 부채비율 200%가 넘는 해당 공기업에 대해 부채감축계획을 제출토록 했고, 2015년 말에는 지방공사가 신규 투자사업2)을 할 때 그 타당성을 검토받고 의회 의결을 받도록 했으며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율이 기준3)을 초과한 경우에는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지방공기업법을 개정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개혁 대상이 지방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서울시 산하 지방공사와 출연기관들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부채규모, 이자비용 등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최근 5년간 수 천억 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기준 두 지하철 공사의 영업손실을 합하면 3400억 원, 부채규모는 4조3000억 원에 이르며, 자본잠식규모는 11조 원이다. 특히 두 곳 모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빚잔치 속에서도 임직원 성과급은 총 874억 원이 지급됐다. SH공사는 5년 내내 부채율이 200%를 넘기고,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5년 사이에 1200억 원 부채가 증가했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년 중 최저를 기록했다. 또한 서울시 4개 공사 모두 2015년 5단계의 경영평가등급에서 ‘다’ 등급을 받았다.

   
▲ 표1. 서울시 지방공사 재무현황(단위: 원). ※자본잠식은 자본보다 자본금이 적어진 현상을 말하며, 자본잠식률이 100%이면 완전자본잠식 상태임. 자본잠식률=(자본금-자본)/자본금×100.

서울시 출연기관 11곳의 재정상황도 우려할 수준이다. 2015년 기준 그 중 10곳이 영업적자를 봤고 적자규모는 총 1000억 원 정도로 심각할 뿐더러 출연기관들의 부채규모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기관장 연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더군다나 서울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각 출연기관에 매년 수백 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서울시가 이들 기관에 출연한 금액은 22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출연기관 출연 동의안에 대해 서울시의회 검토보고서에서 조차 “예산운영의 효율성 강화 및 자체 수익사업 운영의 내실화 등을 통하여 재정자립도를 향상시키고 재정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는 실정이다.

   
▲ 표2. 서울시 출연기관 재무현황(2015년) (단위: 원) ※경영평가는 2014년 평가결과임.
 
   
▲ 표3. 서울시의 매년 출연금(단위: 원)

서울시 산하기관 노조의 상급단체는 대다수 민노총

근로자이사제 도입 이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 제도가 자칫 ‘노조 권력’만 키우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내 노조의 힘이 강할수록 근로자이사가 노조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데, 실제로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서울시 산하기관들의 노조가입율은 매우 높으며 노조도 대부분 강성노조인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 15곳의 노조가입현황을 조사한 결과, 그 중 기관 11곳이 노조가 결성되어 있으며 총 17개 노조를 두고 있다. 그 중 11개는 민주노총, 2개는 한국노총에 가입되어 있다. 각 기관내 노조가입율도 매우 높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2011.10) 이후 신규로 8개 노조가 결성되었는데 그 중 5개는 민주노총, 2개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다.

   
▲ 표4. 근로자이사제 도입 해당기관 노조현황

보은·측근 인사로 메워진 산하기관 경영·이사진

공공기관의 부채감축과 재무건전성 향상, 경영효율화 등 개혁여부는 기관장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측근들을 챙기는 관행으로 산하 기관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기관장은 지자체장의 의중을 반영해 경영적자 상황에서도 무리한 사업을 벌이기도 하고, 자리보전에 연연함으로써 지자체장의 눈치를 살피며 기관장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잠시 거치는 자리라는 생각에 노조와 마찰을 빚을 사안을 꺼리게 되는데, 지자체장이 노조와 원만한 관계상에 있다면 기관장은 더욱 노조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서울시 지방공사와 출연기관 등 15곳을 들여다본 결과, 기관장이나 이사진 등 주요요직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연이 있거나 이념적으로 맥이 닿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이나 이사진 중 다수가 2011년, 2014년 선거캠프에서 박 시장을 돕거나 공개 지지선언을 했던 인물들이다. 또한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던 시절에 함께 활동했던 인사도 있다. 박 시장과 직접 드러난 연결고리는 없더라도, 박 시장과 이념성향을 함께하거나 문재인, 안철수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등 야당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한 인사들도 박 시장의 임명을 받았다.

근로자이사제 도입, 누구를 위한 일인가

서울시 산하 공사와 출연기관 등 15곳(지방공사 4곳, 출연기관 11곳)을 분석한 결과, 재무건전성은 위기에 접어들었고, 기관들 노조가입률은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등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고, 기관장과 경영진은 박원순 시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박 시장이 말한 취지처럼 근로자이사가 경영에 대한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입장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민주노총처럼 막강한 노동단체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면 근로자이사는 기관 내 노조나 상급단체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즉, 직원들의 노조가입율이 높고 강성 노조를 상급단체로 두는 이들 서울시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경영자-근로자 간의 ‘협치’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게 된다.

서울시 산하기관처럼 기관장 또는 경영진이 낙하산 인사이거나 이념적으로 친노조 성향일 경우에는,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나 경영개선의 의지보다는 노조에 끌려다니기 쉽다. 특히 공공기관의 특성상 기관장 또는 경영진은 보신주의를 택하며 노조의 이해관계를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결국 그런 노사환경 하에서는 기관이 재정위기에 처하더라도 노조와의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은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 과연 서울시는 산하기관 공공개혁에 진심으로 의지가 있을까. 결국 노조권력만 키워줄 수 있는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1000만 서울시민은 등진 채 노조에게만 ‘착한 시장’ 이미지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문이다. 

전국 119개 국가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서울시 5개 산하 공기업이 유일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한해 4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에 대해선 함구하고 강제 구조조정은 안하기로 합의한 것을 자랑으로 내걸은 서울시였다. 박 시장이 이념 성향상 친노조 행보를 보일 수 있지만, 그로인해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이 적자에 허덕인다면 그 부담은 결국 서울시민에게도 돌아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 박원순 시장이 말한 취지처럼 근로자이사가 경영에 대한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입장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민주노총처럼 막강한 노동단체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면 근로자이사는 기관 내 노조나 상급단체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자료사진=서울시 제공

1) 서울메트로(정원 9150명), 도시철도공사(6524명), 시설관리공단(2217명), 서울의료원(1189명), 주택도시공사(781명), 세종문화회관(351명), 농수산식품공사(298명), 신용보증재단(292명), 서울산업진흥원(236명), 디자인재단(152명), 시립교향악단(144명), 문화재단(110명), 서울연구원(109명)

2) 지방공기업법 제65조의3(신규 투자사업의 타당성 검토)과 시행령 제58조의2(신규 투자사업의 타당성 검토)에 따라, 신규 투자사업의 총사업비가 광역시도는 200억원, 기초단체는 100억원 이상인 경우, 필요성과 타당성을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사전검토를 받아야 한다.

3) 지방공기업법 제78조의3(부실지방공기업에 대한 해산 요구)과 시행령 제71조의2(부실 지방공기업에 대한 해산 요구 요건)에 따라, 부채비율이 400%이상이거나 자본금 전액이 잠식된 경우 또는 2회계연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자부 장관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이 글은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강석호 의원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패널로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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