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이냐 맞서느냐"…북미 빅딜 이루어져도 핵무기 위협 사라질 가능성은 적어
   
▲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 무엇보다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냄비 속의 개구리

개구리를 처음부터 물이 끓는 냄비 속에 집어넣으면 깜짝 놀라 뛰쳐나오겠지만,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위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죽게 된다고 한다. 이 우화는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를 놓치는 무능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을 은유할 때 흔히 사용된다. 

굳이 냄비 속의 개구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응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외과적 타격을 하려 했을 때 김영삼 정부가 이를 말린 것도 오늘의 상황을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의 핵 능력은 거의 완성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핵무기의 소량화ㆍ경량화 그리고 발사체의 개량을 완성하게 되면 그 끔찍한 결과는 쉽게 내다볼 수 있다.

이춘근 박사님의 지적대로 북핵은 중국을 겨냥한 것도, 미국을 겨냥한 것도, 일본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 결국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은 전쟁과 굴종의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의 위협을 동반한 각종 요구를 거듭해 오더라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날마다 얻어터지고 돈을 뺐기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

그 동안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정부에 따라 활용하는 구체적 수단과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제에 입각해 있었다. 하지만 이춘근 박사님의 지적대로 이 전제는 잘못되었다. 핵 능력을 완성했을 때 부수될 엄청난 편익을 아는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결코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제재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니다. 국제제재는 지금까지도 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한은 개방경제가 아니다. 그만큼 제재의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의 미온적 태도이다. 어제도 유엔이 강력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을 것이다.

   
▲ 전쟁을 선택지에 포함시킬 때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 설사 50만, 100만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의 협박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북한의 깡패 짓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화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제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는 건 사실. 특히 중국의 여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골치덩어리일지라도 북한이 남아있는 게 전략적 이익에 부합. 여전히 중국은 순망치한의 입장 견지.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전략의 차원에서 북핵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 무기를 포기시킬 가능성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약속을 할 경우뿐일 것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빅딜이 이루어지더라도 북핵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 이란과의 빅딜에서 보듯이 미국은 기껏해야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 정도로도 그것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괜찮다면 받아들일 것이다. 북핵문제에 사활이 걸린 것은 한국뿐이다.

어떤 선택?

좁은 기회의 창, 북한의 핵시설 파괴, 이것도 우리 스스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행동을 취하게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게 상황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억지력의 확보. 전술핵 재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독자적 핵능력의 개발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은 북한과 달리 개방경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제재를 견디기 어렵다. 결국은 국제사회의 용인이 필요하다. NPT가 실패한 결과이기 때문에 NPT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식의 공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측면에서 봤을 때 서 교수님과 린치하오 교수님의 글은 일본 대만 등과의 핵 협력하고, 핵 도미노의 가능성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정치지도자들의 인식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식의 인식은 곤란한 상황이다. 운명은 피하려고 할 때 오히려 실현된다. 오이디푸스도 박근혜 대통령의 예만 봐도 그렇다. 전쟁도 다르지 않다. 전쟁을 선택지에 포함시킬 때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 설사 50만, 100만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의 협박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북한의 깡패 짓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화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희생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미국과 북한 사이에 빅딜이 이루어지더라도 북핵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 이란과의 빅딜에서 보듯이 미국은 기껏해야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 정도로 그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1회 북핵포럼 ‘중·북 핵공모와 아시아 안보질서의 미래’에서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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