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의 위협' 한미일 新삼각관계…한일 안보협력은 필수,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영구한 우방 없어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중국의 북핵정책과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 일본
- 일본의 핵무장 능력과 반중 핵협력 가능성 -

세계대전, 그리고 버섯구름

일본 핵개발 역사는 7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대전 포화 속에서 당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였으나, 독일과 마찬가지로 설계조차도 엄두내지 못한 채 1945년 8월 6일과 9일 미국의 원자폭탄 2발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던 것이다.

미국은 2차 대전 후 소련과의 필연적인 대립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발에 성공하자마자 핵무기를 사용했다고 보인다. 원폭을 戰場이 아닌 都市에 투하한 것은 피해규모를 극대화해 정치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뜻에서였다.

사실 핵무기의 위력은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이 손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미국만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소련도, 독일도, 일본도, 모두 핵을 갖고자 했다. 두 번에 걸친 원폭 투하가 증명한 것은 단순히 미국이 막강한 무기를 처음으로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아니고 미국이야말로 이 가공할 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이었다.


핵의 유혹에 빠지다

현재 일본엔 1960년대 지은 도카이 재처리 공장과 도카이 우라늄 농축 공장이 있지만 미일 원자력 협정에 따라 일본은 핵폭발 장치의 제조나 연구를 못하게 되어 있으며, 일본 내의 모든 핵물질은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 조치의 엄수와 미국, 영국, 프랑스와 맺은 조약에 따라 감시되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 서독에 핵무기 개발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 국제적으로 감시해도 핵분열 물질을 5% 정도 빼돌리는 것을 막기는 어려우므로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보통 발전용 저농축 우라늄의 수출입 과정에서 물량 오차가 생길 수도 있으니 틈새를 노렸던 것이다. 일본은 이처럼 끊임없이 핵의 유혹에 빠졌다.

2010년 일본이 원전에 사용한 5% 저농축우라늄은 1600 톤이다. 1969년 일본 외교관의 발언을 적용하면, 1600 톤에서 80 톤 정도는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5% 저농축우라늄 80 톤은 농도 100% 고농축우라늄 4 톤에 상당한다. 

100% 고농축우라늄 5 kg이면 폭발효율이 20%라고 할 때, 즉 1 kg만 연쇄반응하고 나머지는 날아가더라도, 재래식 화약 삼질화톨루엔 TNT 20 kt, 즉 2만 톤급 핵폭탄을 제작할 수 있으므로, 800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플루토늄도 핵무기에 쓰이는 대표적인 물질로서, 북한은 40 kg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본은 40톤 가까운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보다 1000배. 미국과 프랑스, 국제원자력기구와 맺은 원자력 협정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지만 동북아 정세가 내년 1월 20일 미국의 공화당 정부 출범과 함께 격랑이 예상되는 만큼 뒷짐 지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1977년 JCO, 즉 일본핵연료변환회사는 미일 원자력 협정에 따라 도카이에 재처리 공장을 지었다. 1992년 12월 로카쇼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2006년 3월에는 재처리 공장을 완공하였다. 2016년 현재 상업용 재처리 공장은 전 세계 5개국, 즉 러시아, 인도,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 가동 중에 있다. 일본 빼고 네 나라 모두 공식 비공식 핵보유국이다.

우라늄 농축 시설도 국제 규제대상이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공식적으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다. 일본에는 우라늄 농축 공장이 있으나 미일 원자력 협정에 의하여 20%이상으로 농축하려면 미국과 사전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 일본 핵무장을 결정하는 관건은 미국이 북핵문제 및 남중국해 위기에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미국이 중국에 약하게 보이면 핵무장의 길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3개월 내에 700 kg짜리 10 kt 핵폭탄을 폭격용으로 만들 수 있다. 24개월 내에 50개 가까이 양산할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미사일을 날리다

일본은 평화헌법 제9조에 따라 지대지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는다. 해군 구축함에도 함대지 미사일의 보유가 금지되며, 공군 전투기에도 공대지 미사일의 장착이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는 2005년 관방장관 당시 지대지 탄도 미사일의 보유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6년부터 시험 발사를 하면서 1970년에 독자적 개발을 완료했다. 고체연료 로켓으로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1975년에는 미국에서 기술 도입한 액체연료 로켓에 인공위성을 탑재해 발사했다. 당시로서 탄도 미사일은 우주발사체와 다르다고 주장하였고, 현재에도 미사일은 없는데 발사체만 보유한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보면 상업용 로켓과 탄도 미사일은 동일선상에 놓여있다.

반면에, 2006년 미 국무부는 러시아 외무부에 한국이 우주발사체를 보유하면 핵개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내서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저지하려 하였다. 한국은 1978년 사거리 165km의 미사일을 개발하였다.

당시 미국은 사거리 100km 이상의 탄도 미사일은 명중률과 비용 대 효과의 문제로 핵미사일로 간주했으며, 따라서 한국의 탄도 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적극적 핵개발 반대는 1974년 인도가 핵실험을 성공한 것에 충격을 받아, 전 세계의 핵개발을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미국의 정책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 우주발사체 또는 관측 로켓이라는 명목으로 계속적으로 고체로켓을 개발, 발사해 왔다. 일본은 초기에 연필만한 로켓에서, 아기만한 로켓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민간용 우주발사체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려 하고, 탄도 미사일은 가급적 고체 연료를 사용한다. 고체로켓은 장시간의 액체연료 주입과정이 없어서 정찰위성 등에 사전 포착이 안 된다. 고체연료 핵미사일은 미사일 제작 시 미리 연료를 장착하여 수십 년간 지하 사일로에 보관하다가 유사시 바로 쏘기만 하면 된다. 이렇듯 고체연료로켓은 신속성이 있어 전장에 쉽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대형 고체연료로켓 제조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운반체로는 M-V 로켓 2000년 최초발사, 3단 고체로켓, 중량 140 톤, 화물 1800 kg과, 엡실론 로켓 2013년 최초발사, 3단 고체로켓, 중량 90 톤, 화물 1200 kg이 있다.


핵무장은 시간문제

아베 신조 총리는 관방 부장관 시절인 2002년 5월 13일, 와세다 대학교 공개강연에서 "일본이 원자탄을 갖는 건 헌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결심하면 1주일 이내에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대륙간탄도 미사일과 핵탄두의 설계, 생산, 배치, 실험을 모두 완료한 상태에서, 몇 일만에 수백기의 미사일에 간단하게 핵탄두만 조립하면, 바로 목표지점을 향해 발사할 수 있게끔 핵보유를 하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고체연료이기 때문에, 액체연료처럼 주입과정 없이 곧바로 쏠 수 있다.

영국의 제인스 그룹 군사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영국과 비슷하게 3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조립하지 않은 채 며칠 만에 조립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 중이라고 본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처음엔 거부하였는데, 이는 원전에 핵무기를 은닉한 것이 발각될까봐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중국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 물론 일본 정부는 부인했다.

일본에서는 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핵연료로부터 핵분열 물질을 추출하여 재이용하는 핵연료 주기를 위한 핵연료 재처리 시설, 고속증식로, 우라늄 농축 시설 건설에 박차를 가해 플루토늄 대량 생산의 길이 열렸다. 플루토늄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은 핵분열 물질의 생산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핵연료 주기의 실현은 일본 핵무장의 전조등이기도 하다.

일본 원자력발전은 전력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유력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이 주도권을 쥐고 겉으로는 무기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술이 발전되면서 자연스레 무기로 전용될 것이 자명하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은 백지 한 장 차이일 뿐이며, 평화적으로 이용한다 하더라도 유사시 얼마든지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2011년 이미 10 톤의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2 kg 소형 핵탄두 5000발분에 상당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이며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치며 단연 압도적이다.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하면서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결국 전후의 일본 지배층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원자력산업 육성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원자력발전 추진의 숨겨진 진실일 수도 있다.

   
▲ 북한에선 3대 세습독재자 김정은이 핵 방아쇠를 쥐고 있다. 김정은이 방아쇠를 당길 때 북에는 말릴 이가 없고, 남에는 막을 길이 없다. 북한 김정은이 머지않아 핵탄두 실전 배치를 공식 선언하고 나오면 핵이 없는 한국은 미국에 예속되든지, 김정은에게 굴종해야 살아남는다./사진=연합뉴스

원자력의 이면(裏面)

평화적 이용이라는 기치 아래 그간 발전을 거듭해 온 원자력의 이면에는 현재까지 미결과제가 있다. 전문가들이 충분히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이 그 방증이다. 어떤 전문가도 이런 대형사고가 우리 세대에 일어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특히 원자력의 결함 중 방사능 문제가 있다. 핵분열을 통해서 다량다종의 파편과 플루토늄 등 소위 악티나이드 물질이 생겨난다. 원자력 발전 자체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지만 방사성 물질 배출은 치명적인 것으로 어떤 화학 처리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로선 수만 년간 땅속 깊이 묻어두는 방법밖에 없다. 플루토늄 239의 반감기는 24000년, 이는 현대문명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무해화가 불가능한 방사성 물질을 계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원전은 아직 미숙한 기술이다. 물론 핵변환이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긴 하나 이는 원자력을 연장해줄 순 있을지 몰라도 소생시킬 순 없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열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과 함께 INES, 즉 국제원자력사고등급의 최고인 7단계 대형사고로 기록되었다. 지금도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계속 쏟아내고 있다. 그간 떠들썩하게 지었다던 동토차수벽, 즉 전기로 땅을 얼려 방사성 지하수가 인근 태평양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하는 지하시설은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핵무장이냐 핵우산이냐

한국 총선에선 핵무장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미국 대선에선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으로 시끄러웠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의 기자와 전화상으로 이런 요지의 문답을 하였다.

기자: “일본과 한국 사회엔 늘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독자적인 핵억제력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미국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핵을 가져서 북한이 확실히 알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귀하는 그들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지?”

트럼프: “미국이 지금처럼 약한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내가 그 문제를 논의하든 말든 그들은 결국엔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국에 대하여 강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부와 주요 언론은 트럼프에게 비판적이지만 보수층이나 백인 중산층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 언론은 이런 바닥 민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던 핵우산을 받치던 마지막 선택은 그들 몫이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면 왜 한국과 일본은 안 되는가. 한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하여 미국이 전쟁을 하겠다는 걸 누가 믿는가. 미국에 버섯구름 피어오르는데 서울, 도쿄 하늘에 핵우산을 펼치려 미국이 궂은 날씨에도 태평양 건너 날아올까.

일본과 달리 한국은 트럼프의 발언이 있기 전에도 정부에 대하여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각에서 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이 점에서 분별력이 있다. 동아시아는 급변하고 있다.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깊어진 바다라도 있지만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잘려진 허리만 있을 뿐이다.

2014년 12월 25일 일본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도쿄에서 전후 70년 국제정치 지각변동 대처방안을 주제로 국제토론을 열었다. 여기서 미국의 한 역사학자는 미국의 핵우산은 믿을 수 없다고 예고했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매우 친밀한 영국과 프랑스는 여러 차례 전쟁에 함께 했지만 미국이 일본처럼 자국을 자동적으로 도와주는 안전장치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소한 핵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액을 투입해왔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핵잠수함을 가지고 여기엔 핵탄두가 실려 있다.

이들 중 한 척은 항상 해저를 항해하다가 만약 아국이 공격 받게 되면 수 천 km 떨어져 있다 해도 핵탄두를 적국에 발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면 영국과 프랑스처럼 최소억지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외부 침공을 받았을 때 국가를 지킬 수 있을까.

   
▲ 한국 총선에선 핵무장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미국 대선에선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으로 시끄러웠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트럼프의 발언이 있기 전에도 정부에 대하여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각에서 하기도 하였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협력할 수도

퍼거슨 미국 과학자연맹 회장은 북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서 북한의 핵은 묵인하고 한국의 핵개발에는 반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에 대하여 아주 흥미로운 각본을 내놨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을 세 단계로 가상한다. 첫째, 핵분열 물질 등을 준비해두었다가 외교적 압박을 목적으로 핵폭탄 몇 발을 만든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대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둘째, 외교적 핵폭탄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을 본 한국이 매년 10여 발의 핵폭탄을 만드는 핵강국의 길을 질주하는 것이다. 여기엔 5~10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북한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핵위협에 대응하기로 한다. 특히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중국군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유용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본격적인 핵전력 건설이 시작된다.

한 척 이상의 잠수함을 항상 바다로 보내놓아야 하므로 적어도 4~5척을 운용해야 한다. 한국은 2주간 잠수할 수 있는 1800 톤급 잠수함에 이어 3000 톤급 잠수함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핵탄두 순항 미사일을 싣고 다닐 수 있다.

한국은 서울~베이징이 955 km, 서울~도쿄가 1155 km인 점을 감안, 사정거리가 1500 km인 순항 미사일 현무-3C와 함께 탄도 미사일인 현무-2를 개량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를 도입, F-15와 F-16을 이용한 핵공격력을 확보해놓고 있다. 공중급유를 받으면 전투기의 체공시간이 80 90분 정도 길어진다.

세 번째는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협력하여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환영할지 모른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묵은 민족감정을 감안하면 한일공동 핵개발은 지나친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방위력이 약해지고 북한과 중국의 핵위협이 강해진다고 판단하면 핵무장을 위하여 협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호 기술 협력이 필요한데 일본은 습식 재처리 시설과 몬주 고속증식로를, 한국은 레이저 농축과 고폭 기술, 순항 및 탄도 미사일 기술과 수소폭탄의 원료인 삼중 수소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이 핵전력을 증강하고 미국이 제대로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핵무장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은밀히 반길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핵경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도록 몰아가는 요인은 첫째, 중국과 북한의 핵위협이다. 둘째,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아 공동 대응이 어렵다. 셋째, 미국 내 정치 사정으로 서태평양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에 군사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 아베 신조 총리는 관방 부장관 시절인 2002년 5월 13일, 와세다 대학교 공개강연에서 "일본이 원자탄을 갖는 건 헌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결심하면 1주일 이내에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대타협으로 일본의 국익을 손상시키는 사태에도 대비할 필요성을 느낀다. 불안해진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못하고, 독자적인 억지 전략을 갖추기 위하여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느냐 않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나 남중국해 위기에 즈음하여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다. 미국이 중국에 약하게 보이면 핵무장의 길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핵무장을 결심하면 3개월 내에 700 kg짜리 10 kt 핵폭탄을 폭격용으로 만들 수 있다. 24개월 내에 50개 가까이 양산할 수도 있다. 일본이 국력을 집중하면 핵폭탄 1000 발 (중국은 500 발정도), 120 대 전략 폭격기, 36척의 핵잠수함을 가질 수도 있다.

20조 원에 가까울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1%에서 3배로 늘어날 것이다. 일본 국민은 정부 방침을 잘 따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핵폭탄 100개를 가지려면 10조 원 정도 든다.

비밀 핵개발이 알려지면 일본 정부는 미국에 다음과 같이 제안할 것이다. 핵무기를 먼저 쏘지 않는다, 미국의 핵우산 전략과 통합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핵폭탄과 관련 기술을 넘기지 않는다, 핵폭탄 보유량을 최소한도로 제한한다.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 한국도 할 것인데, 적어도 일본 규모의 핵전력을 신속하게 갖출 수 있다. 일본은 이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하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핵무장에 대하여 위협적으로 나오겠지만 이런 태도는 일본을 자극, 핵전력을 증강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북핵을 허리에, 일핵을 이마에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한국은 핵폭탄이 개발된 1945년 이후 어느 나라도 만난 적이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북한에선 3대 세습독재자 김정은이 핵 방아쇠를 쥐고 있다. 김정은이 방아쇠를 당길 때 북에는 말릴 이가 없고, 남에는 막을 길이 없다.

북한 김정은이 머지않아 핵탄두 실전 배치를 공식 선언하고 나오면 핵이 없는 한국은 미국에 예속되든지, 김정은에게 굴종해야 살아남는다. 한국을 포위한 핵보유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이 우리를 따돌리고 한국의 명운을 도마 위에 올릴 것이다.

벌써 한국을 따돌리고 평화협정을 미국과 북한 김정은이 담판 짓는다는 발상이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의 드골이 "핵무기를 갖지 못한 나라는 진정으로 독립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경고가 실증되고 있는 셈이다. 핵의 바다 속에서 핵이 없는 한국은 침몰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총선은 핵공약 없이 지나갔지만 다가오는 2017년 대선에선 적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와 거국적 핵안보 체제란 주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퍼거슨 보고서는 제 살 길을 찾아야 할 한국을 향하여, 한국이 결심만 하면 무서운 핵 잠재력을 가졌음을 일깨우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본토가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한반도를 거점으로 반미 무장 투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고, 핵개발연구소까지 한반도 모처에 만들었다고도 한다. 중국이 북핵을 방치하면 일본, 한국, 대만으로 이어지는 핵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며, 이는 중국으로서도 견디기 어려운 형국이 된다.

아직은 한국도, 중국도, 북한이 설치는 한 핵 도미노는 필연적이며 결국 중국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중국은 아직도 한국과 일본을 우습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만있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면 세계 역사 교과서는 한국과 일본의 현 세대를 어떻게 비출 것인가.

   
▲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협력하여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미국은 이를 환영할지 모른다. 미국의 방위력이 약해지고 북한과 중국의 핵위협이 강해진다고 판단하면 핵무장을 위하여 한일이 협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트럼프의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1월 13일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무장이 어렵다면 완전한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얻는 이른바 '핵 주기 완성'을 통해 유사시 자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는 것이 핵무장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핵 주기 완성'을 허용할 가능성도 낮을지 모르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사업가 성향을 볼 때 협상의 여지는 있다.

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하더라도 핵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재처리와 농축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1974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고 이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미국의 강력한 핵우산을 전제로 핵개발 가능성 자체를 없앤 것이다. 정부는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조건부 저농축과 제한적 재처리만 허가받았다. 이번 협정의 유효기간은 2035년까지.

반면 한국과 같은 처지였던 일본은 1988년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완전한 농축과 재처리 권리를 인정받았다. 현재 일본은 보유 중인 플루토늄만으로도 유사시 핵탄두를 10000 발 넘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 집권 이후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는 자체 핵개발 포기의 전제 조건인 미국의 핵우산이 접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핵우산을 제때 펴줄지 의심스럽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을 이유로 주한 미군 감축 운운한다면 우리는 재처리와 농축권 요구로 대응하는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여기에 미일 원자력 협정이 2018년 만료돼 미국과 일본이 조만간 새로운 협상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를 지렛대로 미국과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재협상에 응해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한국에 대해 전면적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면 미국 입장에선 핵비확산이란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대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이미 자체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1980년대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미국이 한반도비핵화란 대전제를 허물면서까지 한국과 원자력 협정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일본은 지난 7월 27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추출해 국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분리 플루토늄의 총량이, 2015년 말 48 톤으로 이 중 핵분열성 물질은 32 톤인 것으로 확인됐다. 48 톤 중 국내 보관량은 전년과 같이 11 톤, 해외 보관량은 영국에 21 톤, 프랑스에 16 톤 등 37 톤이다.

영국에 재처리를 위탁한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이 약 1톤 정도 남아 있어, 영국의 공장이 조업을 마치는 2018년경까지 그만큼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프랑스 위탁은 이미 종료됐다.

국가 핵연료 주기 정책은 사용후 핵연료로부터 추출한 플루토늄을 고속증식로에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고속로 몬주가 영구정지되고, 대체 방안인 경수로 원전도 재가동이 지연되는 등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플루토늄은 핵무기로도 전용이 가능해, 일본이 소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유량만 늘리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레이저 농축법은 천연 우라늄에 레이저를 쏘아 우라늄 235만을 모으는 기술로 고농축에 적합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전력회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레이저 농축기술 연구조합'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레이저 농축법 등 187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관련 기술 정보가 공개돼 있다.

   
▲ 퍼거슨 미국 과학자연맹 회장은 북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서 북한의 핵은 묵인하고 한국의 핵개발에는 반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미일 삼각관계

견고한 미일 동맹을 기초로 중국 포위망을 완성하여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 일본의 전략이다. 지난 11월 17일 회담에선 아베가 요청하는 안보 면에서 미일 동맹의 현 수준 지속과 트럼프가 주장하는 경제 면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를 교환하는 선에서 타협한 것이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유동성이 커 보인다. 위기라 낙담하기보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람직하게 轉向할 기회일 수 있다. 트럼프의 파격과 돌출 행동을 우려하기보다는 미국 정책을 여백의 미학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구한 우방도 없다. 북핵으로 조성된 현재의 동아시아 위기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이젠 일본과의 안보협력도 고려해봄직하다. 일본은 북핵 위협에 함께 노출되어 있고, 미국과의 동맹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협력할 경우 미국 억제 및 방어력의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일본의 막강한 정보력도 한국에 유용할 것이다. 한미일 긴밀한 안보협력은 북한에게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갈수록 심각해질 북핵 위협 앞에서 한일 안보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도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1회 북핵포럼 ‘중·북 핵공모와 아시아 안보질서의 미래’에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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