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롯데·CJ그룹 등 주목
연루 의혹 진화 위해 만반의 준비
[미디어펜=김세헌 기자]'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대기업에 대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그룹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각 그룹은 총수가 답변 과정에서 명확히 해명하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사진자료=연합

5일 재계에 따르면 총수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8개 그룹은 그동안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 사항을 중심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최적의 답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청문회에서 총수의 부적절한 발언이 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막판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일부 그룹은 일반인과는 다른 재벌의 생활상을 들추려는 의원들에 대한 대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작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로비 의혹,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의 경위와 목적 등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다른 그룹과 달리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등 임원 2명이 추가로 청문회에 서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법무·대관업무 부서를 중심으로 비상대응팀을 만들어 가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가운데 최고령인 정몽구(79세) 회장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장시간 진행되는 청문회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내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병원과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등 긴급이송 체계를 마련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18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판매 역성장이 예상되고 임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삭감키로 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이번 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주로 최순실씨의 지인이 소유한 회사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씨 광고회사에 62억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위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 등에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특위 위원들의 질의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답변을 비롯해 관련 자료를 마련하느라 막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법무·대관업무 관련 임직원들과 함께 예상 질의·답변 형식의 강도 높은 '독회'를 진행하는가 하면, 대외협력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은 최근 여의도 국회로 출퇴근하며 국회 분위기 파악과 입장 해명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도 손경식(77세) 회장이 고령인 데다 올해 폐 수술도 하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해 종일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손 회장의 청문회 출석에 대비해 예상질문을 추려 예행연습을 하는 등 법무, 대관, 홍보 등을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된 일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외부 로펌을 선임해 법무팀 차원에서 대비 중이다. 그룹 측은 의원실로부터 주로 평창올림픽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많은 언론보도가 나왔고, 조 회장 역시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만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 외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대관 등을 중심으로 국회 동향을 파악하면서 예상질문을 바탕으로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 이재용 등 총수 9명 줄줄이 증인 출석…모범답안 마련 위해 비상모드

기업들이 이처럼 청문회를 앞두고 막판 대비에 한창이지만, 최대 관심사는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과 관련해 각 그룹의 총수들이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에 집중된다.

특히 8개 그룹 가운데 삼성과 SK, 롯데, CJ 등에 시선이 더욱 쏠리고 있는데, 다른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는 의혹만 사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 그룹은 추가로 지원했거나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먼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이 큰 관심을 모은다. 국민연금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중대 전환점인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고 그 이후 삼성 측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거액을 지원했다면 대가성을 입증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엘리엇 측의 가처분 신청을 잇따라 기각하면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을 근거로 방어막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고의로 수주를 회피하는 등 주가를 떨어뜨린 의혹에 대해서도 공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 측은 건설 입찰과 계약 등은 발주처가 정한 일정에 따른 것으로, 회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의 자금을 놓고 사면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었는지, 지난 2월 최태원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에서 면세점 허가 관련 청탁이 오갔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SK 측은 전경련의 모금 분담비율이 삼성 2.0, 현대차 1.2, SK 1.0, LG 0.8로 정해져 있었고 그 비율에 따라 돈을 낸 것일뿐 대가성 있는 자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면세점 관련 청탁에 대해서는 만일 최 회장과 대통령 독대에서 그 문제가 언급됐다면 그 직후에 이뤄진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80억원 추가 지원 요청을 과연 거부할 수 있었겠냐는 논리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이후 면세점 추가 발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집중적인 공세에 직면할 전망이다.

롯데 측은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이 특허 갱신에 실패한 이후 5년 특허 한시법에 대한 지적이 학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됐고 면세점 근로자 실업문제도 공론화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하고 돈을 냈다가 돌려받게 된 경위도 특위 위원들이 집중적으로 파고들 포인트로 꼽힌다.

롯데 측은 애초 요청받은 75억원을 35억원으로 하향 조정을 요구하는 등 2개월이나 협상을 진행했던 점을 들어 반박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손경식 회장이 국정조사에 출석해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재현 회장 사면 부탁이 있었는지와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퇴진 압박 등에 대한 해명에 나설 전망이다.

CJ 측은 이 회장 사면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이 부회장 퇴진 압박에 대해서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내용을 확인했지만 대통령의 뜻인지는 알지 못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차은택씨를 통해 K컬처밸리사업을 추진하거나 그에게 특혜를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마침 정부에서 의지를 보여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문화콘텐츠 기업으로서 참여했을 뿐 차씨에게 특헤를 줄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