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세력에 의해 학생과 학부모의 교과서 선택권 박탈
전북교육청이 지난달 11일 교직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했다. 공식 취지는 역사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직원의 역사 소양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강의 내용과 강사의 평소 주장을 살펴보니 실제로는 전문성이나 소양보다는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를 위한 결집’이 특강의 목적인 듯하다.

전북교육청은 공식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제작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강을 진행한 고려대 조광 명예교수 또한 평소 국정화 고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여론이 다시 불붙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번 특강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특강의 의의에 대한 이들의 설명이다. 명백하게 ‘국정화 반대’라는 모임의 목적을 밝힌 것이다. 

교과서 시장에서 자유경쟁은 이미 타살됐다

특강을 진행한 조광 교수의 국정화 반대 논리 중 살펴볼 만한 것은 ‘진리는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이는 국정화 반대 논리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교과서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살아있을 때에만 할 수 있다. 

2,3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곳은 단 두 학교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세력은 시민단체까지 동원해 교학사 교과서 선택을 방해해왔다. 그 결과 단 두 곳만이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교과서 선택권은 근본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는 것이지 일부 교단에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집단이 교단을 장악하고 좌편향 된 교과서의 역사 판단을 주입하는 상황에서 ‘자유시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다. 오히려 좌편향 된 일부 세력에 의해 학생과 학부모의 교과서 선택권이 박탈된 상황이라고 봐야 옳다. 

   
▲ 전북교육청의 이러한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좌편향 된 역사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교단의 위험한 사유화다./사진=미디어펜


게다가 조광 교수는 본인의 역사관과 다르게 쓰인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아왔다. 조광교수는 8명의 공동저자들과 쓴 ‘거리에서 국정 교과서를 묻다’라는 책에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이승만 박정희 등 특정인물을 노골적으로 찬양한 위인전에다 현대 정치사의 주요한 문제를 모두 북한 탓으로만 돌리는 기형 종북주의 역사책”이며 “교육부가 교열부라는 오명까지 감수하며 갖은 편법과 특혜를 동원한 덕분”에 검정절차를 통과했다고. 

겉으로는 교과서 시장의 자유경쟁을 국정 교과서의 반대 논리로 제시하면서, 실제로는 정상적인 검정 절차를 통과한 다른 교과서를 이렇게 폄훼하는 태도는 너무나 이중적이다. 

역사는 판단하는 것이라고?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조광 교수의 역사관이다. 전북도민일보에 일보에 따르면 조광교수는 이 자리에서 “역사는 판단하는 것”이라는 대 전제하에 한국 역사교과서의 문제점과 국정화 반대를 위한 노력 등에 대해 강의했다. 

하지만 역사가 판단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이미 과학이 아니다. 역사는 과학이며 과학이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나 함부로 하고 싶은 대로 대화를 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가 아니다. 역사학은 실제 남겨진 문서, 신문, 잡지, 편지, 일기, 녹취록 등 수많은 자료를 꼼꼼하게 일고 검토하는 학문이다. 

조광 교수는 자신의 역사 판단을 초중고 교육과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인가. 초중고 교육과정은 시민의 기본적 소양을 길러내기 위한 것이지 자신이 마음대로 내린 역사 판단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다. 참고자료를 가지고 마음대로 강의할 수 있는 일은 대학 교육 이상이 됐을 때나 가능하다. 

학생들의 역사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청이 이렇듯 편향된 역사 인식을 가진 분을 모셔와 특강을 진행했다니 실망스러운 일이다. 교육청은 특강이라는 형식을 동원해 교직원 300여 명을 불러 놓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전사’를 키우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교육청이 이런 식의 내용을 특강이라고 포장해 교직원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교육청의 권한을 이용한 독재와 같다. 또 이런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좌편향 된 역사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교단의 위험한 사유화일 뿐이다. /이슬기 자유경제원 객원연구원

   
▲ 2,3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곳은 단 두 학교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세력은 시민단체까지 동원해 교학사 교과서 선택을 방해해왔다. 그 결과 단 두 곳만이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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