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탄핵가결 등 거쳐 '현안 챙기기' 본격화
굵직한 경영 현안은 신중한 검토 후 실행하기로
[미디어펜=김세헌·조한진 기자]재계가 '최순실 게이트' 총수 청문회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미뤄뒀던 정기인사와 내년 경영계획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국 불안이 적어도 대선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경영 체제는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본다는 전략이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13일 각 그룹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대통령 탄핵의 영향으로 정부의 인·허가권, 사업승인권 등 각종 규제 관련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신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소홀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 입장에서는 특검까지 본격화 하면 이미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온 총수들이 또 다시 줄줄이 불려 나가야 할 사태가 초래할 수 있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투자와 사업재편, 인수합병 등 굵직한 경영 현안을 신중히 검토한 이후 적절한 시기에 실행에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대부분의 일정을 미뤄둔 상황이지만 그나마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이 약하거나 벗어난 기업들은 연말과 연초 사장단·임원 인사 등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와 연말 행사가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초에 실시하던 사장단 인사와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올해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이달 하순 실시하는 사장단 워크숍도 개최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단 워크숍은 새롭게 사장단이 구성되면 상견례를 겸해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자리다. 여기에 그룹 수뇌부가 특검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 주요 투자 계획도 2선으로 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사업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9~21일 수원디지털시티 등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부품(DS)·IT모바일(IM)·소비자가전(CE) 부문별로 하루씩 부문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사업부 임원과 해외법인장 등이 연쇄 회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행사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해외 판매 부진의 위기에서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년 사업계획을 최대한 느슨하게 잡아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달 하순 해외영업본부 법인장을 대상으로 한 국내 회의를 열어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차분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년에도 지속 침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이에 걸맞는 대응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내부적으로 이달 말로 잡힌 정기인사는 가급적 차질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예년보다 조금 늦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빠르면 내주 후반에, 늦어도 그 다음 주 중반부까지는 예정돼 있는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탄핵의 정국에 직면했어도 인사를 미루거나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 불확실성의 한 가운데서도 경영 전반에 걸쳐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일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 연합뉴스.

LG그룹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도 지난 1일 인사를 단행하며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LG는 주요 그룹사 가운데 ‘최순실 사태’의 영향이 가장 덜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는 구본준 부회장이 신성상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침체기에 빠진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된 조성진 부회장을 중심으로 체질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기존 사업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자와 고용은 국내외 상황과 정국 변수 등을 고려해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수개월 전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은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현 상황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탓에 당초 연말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상태로, 탄핵 이후 정국과 특검 수사 상황 등에 따라서는 인사 등 경영 주요 일정이 1월 이후로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화그룹은 핵심사업인 석유화학, 방산, 금융, 태양광 등이 탄핵 정국이나 일시적 국정 공백에 따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내년 계획된 투자와 채용을 애초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그동안 계속된 검찰 수사와 청문회 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투자·고용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경기의 위축 등에 면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계 수위를 한 단계 높일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탄액과 검찰 특별 수사로 최소 몇 개월 동안은 대부분 기업이 혼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 준비에 힘써야 하는 만큼, 각 기업이 나름의 비상경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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