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에만 부여하는 불공평한 기득권이 임극 격차 더욱 크게 만들어
경제적 양극화 문제의 본질은 대기업들의 성장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하는 비하청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이 조그만 나라에 중소기업이 300만 개, 자영업자의 수가 600만 명(전체 취업자 수 대비 OECD 4위)에 달한다. 

이들은 각각 저가 소비재 시장과 도소매/음식/숙박업 시장을 두고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에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한다. 특히 영세 자엽업자들 중 2~300만 명가량은 월 100만 원조차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저소득 계층의 상당수는 비하청 중소기업 직원들과 대다수 영세 자영업자들이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존재가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시계열적으로도 입증 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기업 매출액 중 30대 대기업 집단의 매출액 비중은 1995년 59.7%에 달했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2000년 44.1%로 5년 만에 5.6%p 급락했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추세적으로 3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지니계수는 1995년 0.268에서 2000년 0.286으로 상승했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8년 0.325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30대 대기업 중 무려 16개가 망하는 등 경제력 집중은 완화됐지만,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된 것이다.
 
요컨대 대기업의 존재 자체는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요인이지 심화시키는 요인이 아니다.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하는 한국 기업이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밖에 없는 현실 하에서, '제 2의 삼성전자’가 많이 나와 줘야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가능하다.

다만 대기업 주주와 노동자들의 지대 추구 행위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순 있다. 주주(또는 주총에서 선임된 주주의 대리인)가 전문 인력에 대한 노동수요 독점력을 악용하면 대기업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생산성 대비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할 것이고, 대기업 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노동공급 독점력을 악용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이들의 임금은 통계적으론 중위~상위 수준이지만, 비하청 중소기업 직원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너무 낮아 상대적으로만 높아 보이는 것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지대 추구 행위는 다른 사람의 정당한 몫을 부당하게 빼앗는 것이므로 부도덕하다. 따라서 대기업 이익의 배분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대기업 노동자들이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한 임금을 받는 것은 이들이 노조를 매개로 막강한 기득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 금지, 노조의 사업장 점거 허용, 파업 전 직장 폐쇄 금지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용자 규제들이 산적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우선 주주가 가져가는 몫은 전체 이익 대비 배당의 비율인 '배당 성향'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2015년 블룸버그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 성향은 17.5%로 조사 대상 51개국 중 50위였다. 그나마도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서 문제가 되니, 전체 배당 중 이들이 가져가는 몫은 미미할 것이다. 나머지는 연기금과 펀드, 개인 보유 주식을 통해 국민 경제 전체로 퍼진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투자 성향이 매우 높다. 2015년 전체 GDP 대비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의 비중은 OECD 1위인 15.1%에 달한다. 상장사들의 영업활동 대비 투자활동 현금흐름 비중은 80%에 육박해 일본 대비 10% 가량 높고, 전체 자산 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미국의 절반인 3.5% 수준이다.
 
결국 투자를 제외하면 대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상당 부분 대기업 노동자들이 가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낙년 교수의 자료를 통해 보더라도, 대다수 대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취업자 상위 10% 기준선인 7,103만 원을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 취업자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전체 소득의 36.9%로, 상위 10%~40%의 점유율(38.6%)과 맞먹는다. 이중 대다수 대기업 경영자들이 포함돼 있는 상위 0.1%(기준선 4억 8,470만 원)의 점유율은 3.7%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양극화의 주범은 대기업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양극화는 개개인의 능력차에 의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들의 고임금을 부당한 이익 독점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잘 나가는 대기업과 협력업체(하청 중소기업) 직원, 비하청 중소기업 직원과 영세 자영업자들 간에는 생산성과 능력에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고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그것이 더 높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이들의 고임금이 높은 생산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자들의 실질구매력기준 평균 연봉은 6만 2,220달러로 일본(4만 4,613달러), 미국(5만 3,218달러)보다 높다. 만약 이들의 고임금이 생산성에 기인한 것이라면, 우리나라에는 미국, 일본보다 잘 나가는 대기업들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이익 기준)에 속하는 한국 기업의 수는 17개로, 미국(128개), 일본(54개)에 비해 훨씬 적다.
 
   
▲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하는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밖에 없다./사진=미디어펜


이렇게 한국의 대기업 노동자들이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노조를 매개로 매우 막강한 기득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 금지, 노조의 사업장 점거 허용, 파업 전 직장 폐쇄 금지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용자 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사용자들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고, 그 인상분을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다 보니 양극화가 심화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산별노조 체제 하에 대규모로 진행되고, 노조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도 인재풀 유지를 위한 고임금 지급을 유도하므로 양극화 심화 효과가 더욱 크다.
 
한편 같은 기업 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정규직은 숙련노동을, 비정규직은 단순노동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 사이의 임금 격차를 당연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그들의 절반가량 되는 임금 밖에 못 받는 현실에서 보듯, 법이 정규직에만 부여하는 불공평한 기득권이 임금 격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규직은 노조를 매개로 한 기득권 외에도, 구조조정을 위한 정리해고 외에는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정규직이 누리는 기득권의 양상과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반박은 제 8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박진우의 경제논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진우]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