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헬조선 담론·상대적 박탈감·중산층 추락은 진부한 레토릭
한국 경제 진실 보고서: 경제적 양극화 상편
 
'양극화’는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를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언론들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중산층의 추락’과 같은 다소 진부한 레토릭으로 양극화 논란을 부추긴다. 최근에 불거진 수저 계급론이나 헬조선 담론도 결국엔 양극화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양극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얼마나 심각한지, 심각하다면 그러한 양극화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현상이든 그 정도와 원인을 알아야 소모적 논쟁이 아닌 건설적 논의가 가능하고, 나아가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양극화를 측정하는 지표로는 지니계수, 10분위(또는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노동소득분배율 등 4가지가 있다. 이중 10분위 배율은 하위 10% 대비 상위 10%의 소득 점유 비율이고,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 소득의 2/3 미만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이 지표들은 비교적 계산이 간편하나, 전 계층의 소득 점유 상황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노동소득분배율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소득과 대비되는 자본소득에는 자영업자 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기업저축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 소득들은 모두 가계로 분배되는 소득들이므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소득 분배 상황을 알 수 없다. (GDP의 개념상, 기업저축은 비축 재고와 투자가 구성한다. 이 부분은 거시경제학의 기본원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본 글에선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소득 분배 상황을 모두 보여주는 지니계수를 양극화의 측정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그 수준은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절대 수치로는 통상 0.4 이상이면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공식 지표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295로, OECD 31개국 중 19위를 차지했다. 흔히 양극화가 심하지 않다고 알려진 호주, 뉴질랜드 등보다 낮은 수치이며, '심한 양극화’의 기준이 되는 0.4보다도 낮다. 이는 3년 전 수치인 0.307과 비교해 봐도 다소 낮아진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양극화는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수치 산출의 근거가 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자료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 조사는 연봉 6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비율을 국세청 소득세 자료보다 적게 파악하고 있는데다, 연봉 2억 원 이상의 표본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금융소득 파악규모 역시 국민계정 상 파악되는 규모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가계동향조사가 설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탓에, 고소득층의 소득 축소 보고를 막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니계수는 실제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연봉 1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 비율 역시 국세청 소득세 자료보다 적게 파악하고 있어, 그 과소계상 효과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지니계수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되므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소득세 자료와 설문조사 결과 간의 괴리가 큰 경우는 드문데, 이는 표본 수(8,700 가구)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표본을 20,000 가구로 늘린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근거해보면, 지니계수는 2015년 기준 0.380으로 급상승한다.
 
한편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소득세 자료 기준 불평등 연구를 진행하고, 여기서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지니계수를 산출했다. 그 결과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0년 기준 0.371에 달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5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처럼 가계금융복지조사나 소득세 자료 등 좀 더 신뢰성 높은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한결 같이 지니계수가 치솟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공식 지표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산업 고도화로 새로운 혁신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그 희박한 기회를 찾아내는 상위 계층의 성장 기여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결정한 이건희 회장과 임원들, 관련 기술을 개발한 엔지니어, 최종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혁신 창출 능력은 당연히 앞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또한 이들 사이의 혁신 능력 격차는 설탕 공장을 세운 이병철 회장과 임원들, 제당법(製糖法)을 연구한 기술자, 생산라인 노동자 간의 격차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혁신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성장 기여도가 큰 사람이고, 성장 기여도가 큰 사람이 많은 몫을 가져가는 건 시장 경제의 운영 원리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경제 성장 과정에선 양극화는 심화되는 게 당연하다.

   
▲ 성장한 대기업들은 일자리의 숫자와 질적 수준을 높인다. 대기업들은 이미 충분한 중산층을 만들어내며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좌파들은 기업가들의 착취가 노동자들을 빈곤에 빠뜨리는 게 문제라고 쌍심지를 켠다. 그러나 지금 서민과 중산층들은 좌파들이 욕하는 기업가들의 혁신과 고용 창출 덕분에 과거의 사람들이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고 있다. 유통 혁신으로 싼 가격에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됐고, 과거보다 훨씬 질 좋은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사회 전체에 보급돼 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해외여행은 빠르게 대중화가 이뤄져, 한 해 출국자 수가 1500만 명이 넘을 정도다. 즉 '양극화’를 제 멋대로 '빈곤’이라 칭하는 좌파들의 언어 사용 양태는 옳지 않다.
 
또한 이들은 대기업들이 골목상권 침해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수탈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번 칼럼에서 밝혔듯, 골목상권에서 성장한 대기업들은 일자리의 숫자와 질적 수준을 높인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을 보더라도 1차 벤더 직원들은 상위 10%~20%(7,103만 원~4,669만 원), 4차 벤더 직원들은 상위 40%~50%(2,643만 원~1,965만 원)에 속한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이미 충분한 중산층을 만들어내며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구간별 소득 구분 값은 김낙년 교수의 2010년 취업자 소득 통계에 5년 평균 GDP 경상성장률 4.26%를 적용하여 현재 수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박진우의 경제논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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