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진실 규명으로 실추된 명예 회복 힘쓸 것"
재계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 너무 가혹한 조사"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다시 겨눠진 특검의 칼날에 삼성이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검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막기 위해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뇌부의 경영 공백이 더 길어질 경우 그룹 전체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삼성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표적 수사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발 나비효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우리 경제에 주름이 더 깊어 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

박영수 특검팀은 13일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재소환했다. 지난달 19일 구속 영장이 기각된 지 25일만이다. 삼성은 이날 이 부회장의 재소환이 자칫 영장 재청구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실제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2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달 28일까지인)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이번 주에는 재청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의 재소환을 결정한 데에는 특검의 수사 기한이 2주 가량 남은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실무적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불투명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의 재소환이 구속영장 청구보다는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특검의 재소환 방침이 발표되자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은 삼성 서초사옥으로 전원 출근해 긴급 대책 논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식입장을 내고, 최순실 일가를 우회지원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반박했다.

특검 수사 초기에 "수사 중인 사안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이 3년 넘게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 수순을 밟게 둘 수 없다는 삼성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국정농단 이후 30억 명마 지원' 의혹에 대해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박대통령이 최(순실)씨 지원을 부탁한 사람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언급 외에  최순실, 정유라 등 특정인을 거론해 지원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했다'는 보도에 대해 삼성은 "지난 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며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했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연합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재소환 및 구속 영장 재청구가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약속을 이행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인 삼성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총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하면서 반재벌 정서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만 인수를 포함한 중요한 경영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며 "특검이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법리보다 여론을 의식한 행보인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뇌물 혐의를 벗어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합병의 당위성과 승마 지원의 무관함, 공정위 및 금융위 특혜 의혹의 진실을 밝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과 승마 지원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이 이미 법원에서 확인됐다”며 “이 부회장은 이번 조사에 성실히 임해 임해 뇌물 혐의를 벗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의 합병을 결정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은 오는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과의 합병안을 포함해 4건을 의결한다. 삼성은 이번 총수의 소환이 합병 결정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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