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 대신 합리적 대화로 상생과 소통의 길 찾아…노량진 명물로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는 매년 국민통합 우수사례를 발굴·전파하기 위하여 전국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에서 추진하는 국민통합 활동사례 중 우수사례를 선정하여 국민통합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분위기 확산을 꾀하고 있다. 그 성과물로 2016년 '국민대통합위원회 우수 사례집'이 발간됐다. 사례집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취재하여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미디어펜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우수사례 원고를 매주 1회(목요일), 총 2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3]갈등을 상생으로 만드는 소통(14)-서울 동작구 /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 조성

합리적 대안이 불통을 소통으로 바꾼다!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에는 얼마 전에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가 생겼다. 미관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어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 특화거리는, 지저분하고 통행도 불편하던 과거의 컵밥거리가 이전하여 새롭게 조성된 곳이다. 동작구에서는 과거 인기몰이를 하던 컵밥거리 노점상들과 상인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시민들의 통행 불편 등이 커지자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특화거리 조성이라는 상생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컵밥거리 인기 갈등을 야기하다

노량진 사육신묘 맞은편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추운 날에는 따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거나 출출할 때 잠시 들러 요기를 할 수 있는 먹거리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데다 거리의 폭도 넓어서 지나가는 행인들도 편하고 가게 앞에 서서 요기를 하는 손님들도 즐거운 이곳은 바로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이다.

그런데 이 노량진 특화거리가 생겨난 데에는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불거진 갈등과 애환이 숨어 있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노량진 컵밥거리의 풍경은 대단히 혼잡했다. '고시생들의 음식'이라 불릴 정도로 컵밥은 노량진 일대의 고시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높았다.

공부하느라 시간에 쫓기는 고시생들이 짧은 시간에 빵이나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라 밥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컵밥 노점의 인기몰이가 오히려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관할구청인 서울특별시 동작구의 담당자 유경우 주무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동인구가 12만 명에 달하는 곳이다 보니 노량진 컵밥거리는 점점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죠. 반면에 불경기가 계속될수록 일반 상인들은 노점상들 때문에 장사가 더 안 된다고 불만이 커졌어요. 불법 노점이니까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계속되었죠. 노점상들과 상인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행인들이 차도로 지나 다녀야 할 정도로 통행 불편도 커지고 사고의 위험도 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동작구에서는 1차적으로 4개소의 노점에 대한 강제철거를 시도해 보았지만 노점단체의 개입으로 철거는 중단되었고, 상인들과 노점상들의 갈등만 깊어졌을 뿐이다.

   

강제철거 대신 합리적인 대화

경험을 통해 강제철거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던 동작구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우선 동작구에서는 당사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노점정책 토론회'였다. 2014년 10월 구청장, 구의원, 노점단체지역장, 주민대표 등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량진 컵밥거리'에 대해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처음에는 대화라기보다는 원망과 성토의 자리가 되고 말았다.

"노점상은 세금도 내지 않고 있어요. 위생에도 문제가 많고요. 이러 식이면 기존 상인들과 노점상들 간에 위화감만 더 커지는 것 아닌가요?"

"우리도 자체 위생 점검을 합니다. 거리가 혼잡하면 자체적으로 규모를 줄이면 되지 않습니까? 노점 이전은 절대 안 됩니다.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참여자들 사이에 입장차는 확연했다. 분위기도 험악했다. 하지만 동작구에서는 중재적 입장을 잃지 않으면서 끈질기게 대화하고 서로의 입장을 들으면서 이해시켜 나갔다. 대화가 계속되다 보니 서로의 입장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고 함께 대안을 찾아보자며 협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다.

일반 상인도 노점상도 만족할 수 있는 신의 한수를 찾기 위해 구청장과 노점대표가 함께 나섰다. 구청장과 노점대표가 함께 노점상 밀집지역을 방문하며 실태를 파악하는가 하면 문제 해결 방안 도출을 위한 대화의 시간도 자주 가졌다. 통행 불편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는 등 다양한 대안을 찾는 데 주력했다. 또한 동작구에서는 설문조사를 병행했다. 노점상, 상인, 일반주민과 컵밥 주 이용객인 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현장방문 서면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 통행 지장이 가장 큰 문제이며 해결책으로는 위치 이전을 해야 한다는 답변이 60%나 되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노점상들은 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매출 감소가 우려되어서 그런 것이죠."

동작구는 노점단체장과 수많은 간담회를 개최하며 이전을 설득했다. 2015년 3월 노점상 30명과 함께 공청회를 열고는 노점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무조건적인 설득이 아니라, 전기, 수도, 하수시설을 비롯해 개별 계량기를 설치해 주고, 전체 점포 상단에는 LED 전등이 달린 쉘터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 구축을 약속하고 점포 전면과 측면에 가게마다 특징이 있는 상호를 표기하는 거리가게 디자인도 제시하면서 노점상들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이렇게 설득한 결과 2015년 5월 노점상들은 자체 투표 등을 통해 컵밥거리 이전에 96%가 동의하면서 치열하던 갈등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생의 대안, 노량진 특화거리

동작구의 중재와 대안 제시, 노점상들의 결단으로 270m에 달하는 노량진 특화거리가 태어날 수 있었다. 기존 구간보다 폭이 넓어 통행에 지장이 없으며 규격화되어 있어서 미관도 깔끔한 특화거리가 조성된 것이다. 동작구에서는 약속대로 각종 인프라 및 시설 등을 지원하여 특화거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9월에 '노량진거리가게개선자율위원회'를 열어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 운영규정'을 만들었으며, '노량진1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노량진 특화거리 발전 협약을 맺어 노량진1동의 발전과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노량진1동의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약속했다. 이 거리를 지나다니는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거리가게 특화거리가 생기고 나서 동네가 깨끗해졌어요. 이전에 컵밥거리는 지저분하고 통행도 불편했거든요. 또 여기 상인들께서 십시일반으로 주민들을 위한 발전기금까지 후원해 주신다니 정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거 같아요."

동작구 유경우 주무관은 이번 특화거리 조성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 계속해서 철거만을 주장했다면 지금처럼 노점상과 상인들, 시민이 모두 좋은 상생의 대안은 얻지 못했을 겁니다. 특화거리 조성은 시민들의 통행불편 해소는 물론, 노점상과 상인들의 갈등 해소, 침체된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일석삼조의 선택이었죠. 무조건적인 제재가 아니라 상생의 대안을 제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동작구가 만약 상생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제재만을 주장했다면 지금까지도 많은 인력과 재정 낭비는 물론 지역 내 갈등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다. 노량진 특화거리는 어떻게 대화와 소통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모두가 잘 사는 상생의 대안을 찾아 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