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민주주의와 SNS 미디어의 변화…'책임의 정치' 구현하는 해법
   
▲ 이인철 변호사
아레나의 정치를 벗어나, 관객에서 시민으로 

- 태극기 애국시민이 다시 만드는 미디어와 정치

전국 각지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신문과 TV를 통해서만 정치를 알던 애국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의분에서 시작하였는데 그들은 대중매체를 통한 미디어정치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했다. 의협심으로 출발하였는데 그들은 내가 투표해서 선택한 자들이 나를 대변하지 아니하며 오히려 나를 반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나드 마넹의 지적과 같이 대의민주주의는 선출이 의미가 있을 뿐 당선후에는 국민을 지배하는 선거귀족을 뽑는다는 사실과 현대의 대중 미디어는 실제 현실이 아닌 미디어가 만든 세상을 전달하기에 미디어에 나타난 정치는 실제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대중민주주의의 시대에 정치는 미디어를 통해서 체험된다. 최초의 미디어는 로마시대 도시의 중앙에 있던 경기와 공연의 장소로서의 아레나(Arena, 원형경기장)였다. 아레나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며 황제가 민중에게 선심을 베푸는 장소로 사용된다. 

아레나에서 시민은 관객이다. 아레나에는 관객과 공연자가 있을 뿐이다. 아레나에서 관객은 편히 앉아서 관람하고 베풀어지는 혜택을 누린다. 아레나는 즐김의 장소이고, 권리와 의무가 논해지는 곳이 아니다. 관객은 책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아레나에서의 공연물은 즐거움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연출된 것으로서 현실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일수록 관객의 호응을 얻는다. 현실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레나다. 아레나에서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공연은 관객의 공격본능과 살인의 욕구를 충족하게 하여준다.

대의 정치와 미디어의 결합은 현대 정치를 아레나에서의 공연으로 바꾸었다. 대중앞에 공연하는 정치가와 관객으로서의 시민은 미디어를 통해서 연결되고 관객은 미디어에서 정치를 체험한다. 미디어에 나타나는 정치를 현실로 이해하게 된다. 문명이 현실세계를 대체하는 문화를 만들어 사회를 운영하듯이, 현실이 아닌 만들어진 정치현실이 미디어를 통해서 관객으로서의 시민에게 전달되고 정치가 체험된다. 

대중미디어를 통해서 관객과 공연자의 관계에서 구현되는 정치에서 책임은 소멸된다. 모든 권리가 정치가에게 양도되지만 정치가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없고 아주 쉽게 책임에서 면제된다. 관객으로서의 시민은 관객인 이상은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아니한다. 직업정치가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 관객만이 있는 정치, 아레나에서의 정치에는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연자와 관객만이 있다.

   
▲ 대중미디어가 태극기 집회를 보도하지 않거나 애써 축소보도하는 환경에서 애국시민들은 SNS를 통해서 결집하였다. 태극기집회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미디어가 시민의 외면을 받고 소멸되어가는 과정의 출발점이다./사진=미디어펜


오늘날 미디어는 엔터테인먼트다. 오늘날 정치가는 엔터테이너다. 즐거움을 제공하는 자가 좋은 소리만 전달해 주고 시민은 관객으로서 지위에 서서 정치를 방관하게 될 때에 정치는 계속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해서 무엇이든 연출하는 아레나가 된다. 

종합편성채널의 자극적인 보도경쟁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며 어떤 사람이라도 죽일 수 있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 아레나에서부터 있어 왔던 일이다. 그 즐거움의 끝이 끔찍한 살육의 공연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관객은 즐거움에 취한채 공연은 계속될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개인의 연결은 대중미디어의 소멸로 나아간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개인들은 직접 교류하게 되고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은 소멸되어간다. 미디어와 정치가 결합된 아레나의 정치는 대중미디어의 소멸과정에서 그들이 생존을 위해서 벌이는 마지막 파티라고 볼 수 있겠다. 부디 마지막 파티이기를 바랄 뿐이다.

시민이 관객으로서 머무는 대중미디어의 마지막 시대의 정치현실은 책임의 영역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계속하여 이렇게 나간다면 아레나의 정치는 끔찍한 살육의 공연의 파국에 도달할 것이다, 우리에게 도래한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개인의 연결을 통해서 방법을 모색하여 파국을 막고 정치를 새롭게 기획하여 볼 때다.

대중미디어가 태극기 집회를 보도하지 않거나 애써 축소보도하는 환경에서 애국시민들은 SNS를 통해서 결집하였다. 태극기집회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미디어가 시민의 외면을 받고 소멸되어가는 과정의 출발점이다. 

대중민주주의와 미디어의 변화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책임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를 정치되도록 하기 위해서 아레나의 객석에서 일어서 아레나를 나가야 하겠다. 미디어의 현실과 정치의 현실에 대한 직접 경험은 미디어를 새롭게 하고 정치를 새롭게 하는 자원과 힘이 될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 즐거움에서 책임으로, 관객에서 시민으로 서서 나아가야 하겠다. /이인철 변호사

   
▲ 지난 4일 서울 중구 대한문과 시청광장을 중심으로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제16차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사진=탄기국 유튜브방송 TM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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