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문재인 모두가 정치에 매몰된 사회…정권욕에 혈안
   
▲ 윤서인 만화가
누가 누구를 비웃어

일본은 오늘 도쿄돔에서 열리는 WBC 쿠바전으로 한껏 축제 분위기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야구 얘기, 선수들 얘기, 이런저런 뒷얘기 등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평소에도 뭐 다들 만화 얘기, 음악 얘기, 여행 얘기를 나눈다. 일본 사람들이 정치얘기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여기 국민들은 신기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재밌는 건 우리가 이들을 죽어있는 시민이니 노예니 하면서 비웃는다는 것이다. "야 너네는 아베를 향해 민란도 안일으키니? 우리는 X같으면 뒤집는 멋진 나라라구!! 불의를 보면 못참는 우리나라 민중봉기 자화자찬 스웩~"

양국을 오가는 나는 이런 점이 너무 비교된다. 정치가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국민들이 큰 나라걱정 없이 각자 자기들 인생 잘 살게 하기 위한 것' 아닌가. 여기는 이미 그러고들 있는 거다. 실제로도 지금 일본 아베 정부는 그럭저럭 잘하고 있고 이들은 각자 자기 인생들 잘 살고 있고 뭐 우리에 비하면 지극히 안정된 상태다.

예측 가능한 안정된 사회냐, 그렇지 못한 불안한 사회냐. 엄청 중요한 건데 한국인들은 이 점에 대한 감각이 영 부족하다.

   
▲ 한국에는 나라따위 잘살든지 말든지 우리편이 정권을 잡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뭔가 항상 불안하다. 다음 정권이 뭐가 들어서냐에 따라 그 폭이 너무나도 크고, 임기 내에 뭐든지 후딱후딱 급변, 돌변, 충격, 와장창이다. 온 국민이 정치정치 그놈의 검색 순위 보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박근혜~ 최순실~ 문재인~ 모두가 정치에 매몰되어 사는 사회다. 일촉즉발 안절부절 불안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다. 나라따위 잘살든지 말든지 우리편이 정권을 잡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것들이 영 피곤해서 외면하려고 하면 무슨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 플라톤", "결국 나치가 나에게 닥쳤을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되도 않는 소리를 들이대며 협박, 선전선동, 뒤집어라, 엎어라, 분노하라 우루루 우루루루 몰려 다닌다.

그래서 일본만 오면 모든게 안정되어 마음이 아주 편하다. 내일이 어떠할지 대충 예상이 되니까 별 걱정 없이 내 인생, 내 것에 몰두할 수 있다. 서로 배려하고 여유있고 미소짓고 양보하는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조급하게 안달복달 사는 정치병자들이 안정되고 여유있게 자기 인생 사는 일본사람들을 노예니 뭐니 하면서 비웃는 모습이 너무 슬프다.

다 필요없고 내가 외국인 투자자라면 불안한 나라보다는 안정된 나라에 투자할 것 같다. 반기업 재벌해체 국가와는 절대로 뭐 같이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우리끼리 정의롭게 박수치고 폭죽 터뜨리며 노래부르는 민주주의 타령에서 절대 국부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언제쯤 깨달을까. 민란이 잦은 나라라는 건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운 거다. 허구헌날 으쌰으쌰 민중봉기 정의로운 내전을 치르는 중동 아프리카 나라들 꼬라지가 부러우신가. 왜 나같은 만화쟁이 눈에도 보이는 국가의 미래가 저들에게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까. /윤서인 만화가

   
▲ 지금 일본 아베 정부는 잘하고 있고 일본국민들은 각자 자기 인생들 잘 살고 있다. 한국에 비하면 지극히 안정된 상태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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