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회복' 최대 관건…하반기 회복세 전망
'밑빠진 독' 논란 여전…내달 사채권자집회 촉각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포함해 6조7000억이 넘는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분담한다면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추가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조선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대규모 혈세 투입'이라는 비판적인 여론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이 정부의 기대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조선업계의 업황 회복이 최대 관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표적 수주산업인 조선업종의 특성상 기업이 워크아웃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되면 기존 계약이 파기되고 신규 수주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배는 총 110척에 불과해 연간 수주 목표 대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정상 궤도에 다시 올라서려면 결국 조선업황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도 내년 이후에는 조선업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번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등 총 4척 5억2000만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황은 아직 불투명하나, 하반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콘테이너나 LNG 운반선 등 상선 분야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선복 과잉에 시달렸으나 최근 어느 정도 해소됐다. 노후 선박이 많이 해체됐고 신규 발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경기는 국제 유가와 밀접하다. 지난해 배럴당 40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5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시추 사업이 활발해지므로 해양플랜트나 드릴십 등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 경기가 차차 회복되면서 물동량이 늘어나는 상황도 관련 상선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선박 배출가스 관련 국제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장기적으로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청정 연료인 LNG선을 도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선박 제조용 철판인 후판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이나 국제 유가와 세계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점 등은 조선 경기 회복에 부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현재로선 외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다음 달 이후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처지다.

대우조선해양에 자금 투입을 결정한 지 1년 5개월 만에 추가 지원안을 발표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당장 다음 달부터 회사채 만기 도래일부터 유동성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게 되는데, 올해 총 9400억원, 내년 5500억원, 2019년 600억원 등 총 1조5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막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실정에서 실적도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액 12조7374억원, 영업손실 1조6089억원, 당기순손실 2조7106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특히 이번 정부안 대로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못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 등이 가동되며 대우조선해양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이 국책은행으로부터 신규자금을 지원받기까지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3년 유예안을 안건을 올린다. 안건이 부결되면 산은과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을 바로 P플랜으로 보낼 예정이다.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 대우조선해양을 회생 가도에 올릴 '키'는 국민연금이 움켜쥐고 있다.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3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는데, 이는 전체 회사채의 28.9%에 해당한다.

특히 다음 달 21일 만기 회사채의 경우 국민연금이 40%가량을 들고 있어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시중은행들도 무담보채권 7000억원 가운데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5년 유예해주는 방안에 찬성해야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은은 27일 채권은행들을 만나 채무 재조정 문제를 논의하고, 구속력 있는 참여를 위한 협약서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50% 출자전환이 되지만, 회사 노력으로 주식가치를 올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만기 연장되는 채권의 경우 3년 후 상환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갖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채의 30%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팀을 꾸려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4월 2일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도 사채권자집회 소집 대상이 아니므로 일일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일정한 가결 요건 규정이 없어 채권액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