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분사 앞두고 막판 교섭 예고
'4사 1노조' 쟁점 부상…'불투명'
[미디어펜=김세헌기자] 현대중공업이 다음 달부터 이질적인 사업 부문을 별도로 떼어낸 6개의 회사로 쪼개져 각자의 길을 걷게 되기에 앞서 이번 주에 지난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마지막 교섭을 진행하지만 탈출구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지난해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노조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합원들이 '구조조정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전단을 흔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시작한 임단협에서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분사 구조조정 현안 등을 놓고 갈등만 더하고 있다. 이달 13일에도 76차 임단협 본교섭 이후 실무교섭을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최근까지 열린 임단협 교섭에서 올해 말까지 종업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1년간 전 임직원이 기본급의 20%를 반납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임금 부문에서도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10만원과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해 월평균 임금 1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회사 분할 이전 임단협 합의를 이끌어내야 임금과 성과금 지급 등 합의 내용이 모든 조합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분할 이후에는 법인이 달라 합의 내용을 기존 현대중공업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 부문 조합원에만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노조는 법인 분할을 앞두고 '하나의 노조'를 요구해 회사와 대립해왔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1일부터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전환된다. 

회사는 4개로 쪼개지지만, 고용안정을 위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4개 회사의 유일 노조로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는 분리되더라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단일 교섭권을 갖고 4개 회사와 동시에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차와 모비스가 다른 회사이나, 현대차 노조 내부에 '모비스 위원회' 조직을 둬 2사 1노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도 4사 1노조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그러나 회사가 별도 법인으로 나뉘면 근로계약과 함께 노조도 분리되는 게 맞다는 논리다. 사업 분리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1개 노조가 업종 특성이나 사업 영역이 다른 4개 회사와 교섭하는 행위는 타당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 현대중공업

이에 회사가 처한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분할 회사 직원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루속히 결단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에 모든 임직원이 적극 동참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의 4개 사업장 분할을 앞두고 '4사 1노조' 유지하기 위해 노조규약 개정을 추진했으나 대의원 반대로 부결됐다. 또 규약 개정을 통해 분리되는 4개사의 유일 노조로 회사와 교섭할 근거를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다.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4개 사업장으로 분할되더라도 결국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이기 때문에 규약 개정까지 필요 없다는 의견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임단협 교섭과 오랜 파업으로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노조 집행부와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의원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갈등이 나타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노조는 공감대를 형성한 뒤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어 규약 개정 안건을 재상정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다음 달 사업 분할 이후에도 이 문제를 두고 노사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의 강경한 태도에 임단협 막바지 교섭이 돌파구를 찾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선 분사하는 4개 회사 조합원이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로 나서서 각 회사에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에도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를 현대중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선박 통합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도 분할해 계열사로 만들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와 노조가 오래 끌면 끌수록 쌍방 모두 더욱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임단협 협상에 발목이 잡혀 조선불황을 넘을 설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노사가 상생방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