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정례회의 열어 자구계획 진행상황 '집중점검'
내년 인수합병 계획 등 근본적인 처리방향 수립도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을 감독하고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가 이달 초 출범한 가운데 김유식 전 STX팬오션 부회장 겸 관리인이 위원장으로 뽑히면서 조기 경영정상화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 다동 본사

22일 채권단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대우조선해양 관리위원회 상견례에서 김유식 전 부회장이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김유식 위원장은 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해 대우조선의 사외이사직에서 퇴임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4명 가운데 한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대우조선은 다음 주주총회 일정이 잡히면, 그 전에 이사회를 소집해 사외이사 후보자를 정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김유식 위원장을 비롯해 조선산업, 금융, 구조조정, 법무, 회계 등 분야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홍성인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 기술표준 심의위원, 최익종 코리아신탁 대표이사, 이성규 유암코 대표이사, 오양호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변호사, 신경섭 삼성KPMG 어드바이저리 총괄대표,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등이다.

위원회는 형식상으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빠진 독립기구다. 대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기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들로 지원단을 구성해 대우조선의 주요 경영실적과 현안을 위원회에 보고하는 보조 업무를 한다.

아울러 대우조선에 파견된 채권은행의 '경영관리단'은 주요 경영현안과 자구노력 이행 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상황을 시시때때로 점검하고, 매년 진행하기로 한 회계법인 실사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도 제시한다.

나아가 경영진 교체, 신규 추천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조선산업의 발전적 재편을 유도할 인수·합병(M&A) 실행방안도 모색한다.

위원회는 김유식 위원장을 중심으로 매달 정례회의를 열어 자구계획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올해 경영계획과 관련한 논의할 계획이다.

관리위원회 출범은 시기적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과 맞물렸다. 다만 현재 대우조선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절차가 개인투자자의 반발로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일단 이번 달 중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3월 신규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금 2조9000억원 가운데 첫 투입분이다.

   
▲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

이번 신규자금은 '마이너스통장' 형태로 제공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자구노력으로 부족자금을 충당한 뒤 그래도 모자라는 돈만 꺼내 쓰는 방식이다. 선박 인도대금이 들어오면 바로 돈을 갚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관리위원회는 우선 대우조선의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점검·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을 통한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 계획안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물적 자구노력으로 복합업무단지, 밴티지 드릴십, 잉여 생산설비 등 자산과 웰리브, 대우망갈리아,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자회사 매각 등을 진행 중이다. 

인적 자구노력으로 고용 인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임금과 복지를 대폭 줄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조8000억원(34%)에 해당하는 계획을 이행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회계법인으로부터 매년 실사를 받아야 한다. 관리위원회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점검·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더불어 내년 말부터 추진될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처리방향도 수립하게 된다.

채권단 내에서는 국내 조선업이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고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기존의 '빅3'에서 '빅2'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규모가 줄어들고 조선 시황이 개선되는 내년부터 대우조선의 '주인 찾기'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은행과 정부가 민간 주도의 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대우조선해양 경영을 관리하기로 한 것은 대우조선이 신규자금을 지원받은 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7조원이 넘는 혈세 투입이 결정된 만큼 앞으로 돈이 더 들어가는 일은 없도록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과연 민간위원을 통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강력한 권한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