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확실한 증거 제시 못하고 '지지부진'
증인 유도신문 등 논리 허점 스스로 드러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이 특검의 결정적 증거 제시 없이 맹탕 재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뒤 미소를 지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 초기 "결정적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자신했던 특검이 막상 재판에서는 이렇다 할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 증인 신문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17번째 재판에서 다음주부터 주 4회로 재판 일정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금요일 주 3회씩 진행돼 왔다. 

맹탕 재판 언제까지...1심 선고 8월에나 가능할 듯

특검이 그동안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1심 무죄' 판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이어 온 증인신문에서는 일부 증인들이 특검이 제출한 진술 조서의 내용과 상반된 진술로 혼란만 가중시키기도 했다.  

실제 11번째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씨가 "독일에서 근무했을 당시 '삼성에서 최 씨 모녀에 말을 사줬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라면서 "조사 당시 특검 측이 제시한 정황 설명을 듣다 보니 맞는 얘기인 것 같아 내용처럼 진술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순실 씨의 독일 현지 법인 비덱스포츠에서 근무했던 김 모씨는 특검이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날 김 모씨의 증언은, 특검이 앞서 ‘김 모씨 등이 당시 덴마크에서 최순실과 삼성측이 말 교체에 대해 논의한 것을 목격한 바 있다‘고 밝혔던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여세가 불리해진 특검은 참석한 증인들에게 추측성 답변을 내놓도록 유도 신문을 해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열린 14번째 공판에서는 ‘문고리 삼인방’이라고 불리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 신문하는 과정에서 추측성 답변을 강요하는 유도 신문으로 재판부의 제지를 당했다. 

이날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단정 지으며 정 전 비서관에게 ‘그럴 것이다’라는 답변을 유도하는 신문을 했다. 재판부는 "판단에 대한 부분을 (증인에게) 강요하지 마라"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특검은 증인 신문에서도 기존 조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재판이 거듭될수록 ‘자승자박’의 양상을 띠며 스스로의 논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8월에서야 내려질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6자 공판에서 재판부는 “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작성할 시간이 필요해 7월 말까지는 어떻게든 결심(변론종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문 작성과 선고 일정을 고려해 8월 중으로 1심 선고를 내리겠다는 방침인 것.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기간이 8월 말 끝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여진다.

재판 두달째…특검-이재용 공방 쟁점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바로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청와대에 청탁했는지‘, ’그 대가로 삼성이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줬는지‘ 여부다.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은 해당 쟁점을 밝히기 위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대가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부정 청탁 여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특혜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을 중심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법적 공방을 벌여 왔다.

승마 지원 및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경우 특검은 정씨에게 이미 지급했거나 향후 주기로 약속한 승마훈련 지원금 135억원 및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000여만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로 보는 입장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해당 지원이 문화 융성 및 체육 발전을 명목으로 한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일뿐 어떤 대가성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정상적 활동 중 하나일뿐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것. 또 같은 재단에 기금을 낸 다른 대기업은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규정하는 데 반해 삼성만 뇌물 공여자로 보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의 부정 청탁에 관해서도 특검과 변호인단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4일 열린 17차 공판부터는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은 윤모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팀장, 석모 공정위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17차 공판에서 특검은 삼성합병 과정에서 CGS가 국민연금공단 측에 "합병을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CGS는 "합병이 이뤄지면 지배주주 일가인 이 부회장이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4.06%(종가기준 7조6557억원)를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이게 된다"며 "합병의 목적은 양사 시너지보다 경영권 승계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거래하면 비용이 들고 법적 부담도 있기 때문에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며 특히 삼성물산 처분 지분을 줄이기 위해 청탁을 할 이유가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된 증인으로는 25일 곽모 공정위 상임위원과 김모 공정위 과장이, 26일에는 윤모 서울세관 주무관과 김모 공정위 부위원장이 출석한다.

이 밖에 삼성서울병원 특혜 건의 경우 특검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감사원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전염병예방관리법위반이 아닌 의료법 위반으로 제재를 낮추는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이 메르스 사태의 감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는 걸 막기 위해 미전실을 중심으로 정부 부처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게 특검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삼성 측 변호인단은 미전실에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청탁을 한 그 어떠한 증거도 없음을 역설했다.

또 메르스 같이 국가 중대 사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대 사안인 만큼 미전실 차원의 대응이 당연한 것이라며 특검의 로비 의혹에 전면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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