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과 젊은 독재자 김정은에 대한 관심 높아…평양 여행도 심심찮게
   
▲ 이석원 언론인
스웨덴 사람들은 'Korea'에 관심이 많다. IT에도 그렇고, K-Pop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인다. 전통적으로 일본에 관심이 많은 것도 Korea에 대한 관심의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책이나 동영상을 보는 스웨덴 젊은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도 자기들끼리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들의 Korea에 대한 관심은 시드코리아(Sydkorea) 뿐 아니라 노드코리아(Nordkorea)에 이르고 있다.

시드코리아(Sydkorea)는 스웨덴어로 남한을 뜻한다. 그러니 노드코리아(Nordkorea)는 북한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제법 오래된 일이다. 북한과 스웨덴은 1973년 수교를 한 후 1975년에 주북한 스웨덴대사관을 설치했다. 과거 공산 진영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서방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있는 나라가 스웨덴인 셈이다. 

물론 1993년에 주북한 스웨덴대사관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대사를 소환하고 1995년에는 대사관까지 폐쇄하려고 했던 스웨덴이지만, 미국의 권유로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인 등 서방 세계의 사람들을 납치 또는 억류했을 때 스웨덴 대사관이 그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은 대한민국보다 북한과 더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과는 이미 한국 전쟁 때 의료진을 파병한 이후 1953년 10월 대사급의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우리는 스웨덴에 1963년부터 상주대사를 보냈다. 하지만 스웨덴이 대한민국에 대사관을 설치한 것은 오히려 북한보다 더 늦은 1979년이다. 

1980년대 후반만해도 스웨덴 제1의 대학인 스톡홀름 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북한 서적들만 모아놓은 장서실이 따로 있었다. 당시 흔치 않게 스웨덴으로 유학 간 우리 대학생 중에서는 중앙도서관 북한 장서실 쪽을 어슬렁거리다가 우리 정보 요원들을 긴장시킨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스웨덴의 관심이 높았다는 반증이다.

IT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26살의 스웨덴 청년 안톤이 얼마 전 느닷없이 묻는다. "북한 미사일이 어느 정도 위력이냐?" 밑도 끝도 없는 안톤의 질문에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빈번한 것 때문에 물어본 것이려니 하고 "글쎄, 죽어라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쏴대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안톤은 "우리 회사 사람들은 북한의 미사일이 곧 미국 본토에 떨어질 수 있는 단계라고 하더라"고 얘기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남한 사람들이 더 모르는 것 같다"고 한다.

   
▲ 북한의 김정은과 미사일에 관한 뉴스를 전하고 있는 스웨덴 유력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의 인터넷판 화면.

한국인 부인과 살고 있으며 스웨덴 굴지의 트럭 회사 스카니아의 중역으로 있는 미치 씨는 지난 봄 한국이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에게 "한국에 있는 너의 가족들은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냐?"고 자못 심각하게 물었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나진 않을 것이다"고 대답했지만, 미치 씨는 "우리 회사에서도 한국 내 스카니아를 철수하는 문제까지 얘기할 정도인데, 너는 왜 이렇게 태평하냐?"고 질책을 한다. 

그는 이미 북한에도 3차례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 평소 북한에 대해 관심이 높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평양의 뉴스 보도도 종종 시청하는데, 북한은 이미 한국 미국과 전쟁을 할 준비가 끝났다고 한다는 말도 전했다.

스웨덴의 젊은이들 중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제법 있다. 웁살라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카롤리나는 김정은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올 8월에 평양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카롤리나가 김정은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좀 황당하다. 

30대 초반의 절대 권력인 것과 그가 미사일에 집착한다는 것 때문이란다.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카롤리나는 "미국 트럼프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김정은 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의 아버지(김정일)가 부시를 가지고 놀았던 것처럼.

스톡홀름 시내를 다니다보면 심심찮게 북한 사람들로 추정되는 한국인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이케아(IKEA)나 H&M과 같은 곳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와 쇼핑을 하는 북한 사람 추정 가족들도 가끔 보인다. 물론 이들을 북한 사람들로 추정하는 근거는 그들의 말투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사람이 아니고는 그가 북한 사람인지 대한민국 사람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그들은 입은 옷이나 타고 다니는 자동차로는 더 더욱 대한민국 사람들과 구분이 안된다. 오히려 일부 중국 사람들보다는 훨씬 세련된 느낌과 부유한 기운까지 감지되니….

스톡홀름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30분 거리에 리딩외(Lidingö)라는 섬이 있는데, 시내 중심 외스테르말름(Östermalm)이라는 전통적인 부자 동네와 더불어 '스톡홀름의 비버리힐즈' 또는 '스톡홀름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멜라렌 호수가의 저택들은 겉으로만 봐도 으리으리하다. 

얼마 전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스톡홀름에 왔을 때 최고급 호텔을 마다하고 한 저택을 빌려 머무르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이 있다. 특히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북한 사람들이 그 대사관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에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스톡홀름의 젊은이들은 ‘리딩외에 사는 멋지고 부유한 북한 사람들’로 스웨덴의 북한 사람들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의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히 꺼린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에 북한 학생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업가 크리스테르 씨는 "아들을 통해 북한 아이를 집에 초대하려고 했는데, 남의 집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를 다니지만 중국 아이와 가끔 이야기를 할 뿐 다른 학교 친구들과도 일체 개별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한다.

스웨덴의 중장년층은 시대적 상황 때문에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 전쟁 조짐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정은의 철없는 독재를 비웃기도 하고, 가끔 그런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의 미국을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북한에 대해 이상한 환상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김정은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북한이 '개척해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인양 인식하는 것이다. 

스웨덴 사회에서도 폐쇄성을 버리지 못하는 북한, 하지만 요즘 같은 때 스웨덴 사회에 속한 한국 사람들은 우연이라도 마주칠 북한에 대해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석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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