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의지 재확인…현대‧삼성 등 긴장
재계 "기업 현실 파악 의문" '재량권' 촉각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재계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김 위원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전전 긍긍하고 있다. 그룹 총수의 신상과 추진 사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그동안 4대 재벌 개혁 등을 수차례 언급한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김상조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날 19대 공정위원장 취임식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것이며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함께 재별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순환 출자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거론했다.

현대차는 일감 몰아주기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인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을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일감 몰아주기 기준이 변경되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두 회사는 총수 지분율은 20%대를 유지하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있다.

삼성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10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원장 취임이 현재 진행 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합병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합병 비율과 시기증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금호타이어를 지키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과거 김 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자격에 물음표를 달았다. 그룹의 주식거래의 문제와 계열사간 부당 지원 등도 지적했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13일 청와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는 긴장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김 위원장의 행보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민단체 출신 공정위원장이 기업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을지에는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며 “전문적인 지식은 갖고 있지만 기업이 처한 상황 등 현실은 잘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재량권’을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는 현행법을 집행할 때 재량권이 있다. 4대 그룹 사안이라면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했다.

재계는 재량권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법의 경우 개정이 되더라도 예측이 가능하고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재량권은 사실상 대비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량권을 기준으로 하면) 기업들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규제 수위가 걱정된다”며 “기준이 불분명 하면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피해를 입었다’ 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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