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공장 설립·투자 확대
SK·한화, 자원개발·M&A 등 기대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재계가 경제사절단 구성에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후 첫 방문인데다 대미 수출의 보호무역장벽을 낮출 수 있는 계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미국순방 동행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여 만이다.

   
▲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왼쪽 아래부터 오른쪽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미디어펜 DB

14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앞두고 50명~100명까지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사절단 선정을 총괄하는 대한상의 관계자는 “선정위원회는 이번주 중 열리며, 최종 명단은 늦어도 다음주 초 발표될 예정으로 50개에서 최대 100개 기업과 경영단체가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참가기업이 확정되면 바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LG, SK. 현대, 포스코 등 주요그룹 최고 및 핵심 경영진 등이 사절단에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IT·가전업계 수장들 워싱턴 ‘총출동’

올초 그룹 미전실이 해체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상태로 이번 사절단 방문이 어려워짐에 따라 권오현 부회장이나 윤부근 소비자가전부문 사장 등 전문경영인의 동행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 사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국 가전공장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어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미국에 가전 공장 설립하겠다고 발표를 한 다음 부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LG그룹에서는 일찌감치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본준 부회장으로 확정했다. LG그룹은 지난 2월 미국 뉴저지에 신사옥을 짓기로 했으며, 3월에는 테네시주에 가전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구 부회장은 올 초부터 구 회장을 대신해 글로벌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점, 또 그동안 LG전자 CEO를 역임하면서 관련 사업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주력 사업 관련 세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관계자는 "대한상의에서 요청이 와 구본준 부회장 이름으로 신청한 것은 맞다"며 "그룹 차원의 투자 가능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오는 2019년까지 미국 테네시에 2억5000만달러 투자를 계획한 만큼 미국내에서 생산 거점을 강화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에너지 화학업계 총수들 M&A 확대 눈길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경제사절단에 참석한다. SK그룹은 SK E&S를 통해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들여와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경제협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도 탐사개발 사업부인 E&P가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에서 셰일가스를 개발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올초 다우케미칼 고부가 포장재 사업 인수(4000억원 규모)와 SKC의 'SKC하스디스플레이필름'의 다우케미칼 지분 51% 인수하는 등 M&A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방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30년 이상 교류해 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을 만큼 미국과 끈끈한 우호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자회사 한화테크윈은 국내 대표 방위업체로 이번 방미기간 중 미국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LM)·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만나 사업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테크윈은 지난달 초 버나드 샴포 전 미국 육군 제8군사령관을 미국사업실장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미국과의 방산부문 협력이 기대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그룹 총수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자격으로 참석한다. 업계는 전경련이 통상 미국 경제사절단을 꾸려온 만큼 이번에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다. 

허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주력 계열사인 GS글로벌, GS건설 등이 각자 주력 사업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GS의 주력 자회사인 GS칼텍스도 미국 쉐브론 자회사인 칼텍스와 GS에너지의 합작사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GS 관계자는 “자회사로 GS글로벌, GS건설, GS칼텍스가 거론된다”며 “칼텍스의 경우 쉐브론과 50년간 손을 잡아왔기 때문에 향후 현지에서 사업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철강업계 통상압박 해소 기대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선봉장 역할에 나선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 대신 정진행 사장이 참여를 놓고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침체기를 맞은 완성차 수출길이 뚫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 대신 정진행 사장이 참여를 놓고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미디어펜


현대차는 올 1월 미국에 3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 회복으로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29만1853대로 지난해보다 4.8% 감소했다. 

현대차는 이번 경제사절단의 방한으로 미국 지역 전역의 판매망을 점검하고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 또 최근 국내에 공개한 소형 SUV 코나 미국 수출도 앞두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미국 상무부의 관세 폭탄으로 애를 먹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다. 

포스코는 최근 미국에서 합작기업과 철강가공센터 등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미국 상무부의 관세 폭탄 영향으로 애를 먹고 있다. 권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의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참가하며, 별도로 두산그룹 계열사에서도 사장급 인사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조양호 한진 회장과 LS 구자열 회장도 유력한 참가자로 거론되고 있다. 효성그룹은 아직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명단 확정을 앞두고 어느 정도 일정의 윤곽이 잡히면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대기업 오너와 총수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인 사절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투자나 관련 계획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대통령 방미 경제 사절단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해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2011년 세차례 방미 일정에 20명 안팎의 경제사절단이 미국으로 향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첫 방문 때는 51명이었지만 2015년 두번째 방문에서는 3배가 넘는 166명이 동행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