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국지엠, 답 없는 평행선…마라톤 회의만
무분규 상징 쌍용차·임금동결 르노삼성 노사도 갈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계의 임금·단체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특별한 진전이 없어 올해도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은 물론 비교적 잠잠했던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까지 전년도 실적을 이유로 노동조합이 날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과 보호무역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 완성차업계의 임금단체협상이 진행중이지만 특별한 진전이 없어 올해 역시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15차 16차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특별한 소득없이 종료됐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 협상에 제시한 요구안은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및 상여금 800%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조합원 총고용 보장 △사회공헌기금 확대 및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통상임금 확대 등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투명성과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의 자국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고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사드보복 등의 문제로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친근로자 정책을 등에 업은 노조가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주장을 관찰시키려는 노력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목표인 오는 9월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올해 역시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노조 측이 9월 전후로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개점 휴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역시 파업을 동반한 강경한 자세로 임단협을 진행해 결국 해를 넘겨 타결을 봤다. 하지만 이 또한 중요한 사안은 올해 임단협으로 미루고 타결을 봐 올해는 더 큰 진통이 예고돼 있다. 

한국지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1일 제8차 임협을 열어 8+8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 등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올해는 단협을 실시하지 않고 임협만 진행한다.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노조의 요구에 회사 생산능력 및 물량손실, 비용부담 등을 감안해 월급제 시행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정기 승급분 제외) △통상임금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8+8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 △사무직 신규인원 충원 △평일 시간외 수당 지급 △만 61세까지 정년 연장 △비정규직 처우 개선 △퇴직금 연금제 시행 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내수부진과 경쟁력 저하에 따른 근거 없는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 상황과 맞물려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노조 측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의 1~5월 누적 판매 실적은 23만53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어든 상태다. 지난 3월에는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7년간 무분규를 이어온 쌍용차 노사와 잠잠한 행보를 보였던 르노삼성 노사 역시 올해는 쉽게 임단협을 타결하기 힘들어 보인다.

쌍용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1만8000원 인상 및 8+8주야2교대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기본급의 경우 지난해 인상폭(5만원)의 두배를 넘는 금액이다. 노조 측 입장에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실적에 따른 요구안이지만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티볼리 및 G4 렉스턴 등의 선전으로 실적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워낙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매년 동결을 해온 르노삼성 노조도 지난해 SM6와 QM6 등의 선전을 이유로 올해는 기본급 15만원 인상을 요구 중이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5만원 인상 및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 현대차 노조와 비슷한 제시안을 냈다. 

문제는 노조의 이런 요구안들이 너무 현재만 보고 이뤄진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경쟁력확보를 위해 많은 연구개발(R&D)분야의 투자가 이뤄져야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자기 주머니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런 노조의 모습은 국내시장의 투자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처 국내시장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코리아엑소더스 현상을 보일수도 있다. 이미 국내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임금수준은 일본을 뛰어넘었지만 이 또한 노조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사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 이유와 배경은 다르지만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주장이 비슷하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호실적이 올해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요구안이 쉽게 받아들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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