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통행 경제 정책에 기업들 속앓이
‘찍히면 더 암울’…쌍방향 소통의 중요성 부각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정부의 ‘무조건 따라와’식 경제 정책에 기업들의 난감해하고 있다. 기업 환경과 시장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정해진 프레임에 기업들을 끼워 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주도의 기업 정책이 고착화 되면 기업들의 경영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재벌개혁’과 ‘최저임금’ ‘일자리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새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CEO조찬간담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우선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이지만 속은 편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경제 정책은 기업들의 의견의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계와 기업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김 위원장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사업자단체가 이익단체를 넘어 자율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 스스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대한 기다리겠지만 한국 경제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서둘러 주시기를 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또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의 목표로 경제력 집중 억제, 지배구조 개선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경제력 집중 억제는 10대·4대그룹 등 상위그룹에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지배구조 개선은 사후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주요 기업들이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면 공정위의 직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1~2개 기업이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노력이 정부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불안감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방문에서 경제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기업들은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좋을 것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계는 최근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 공개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전 정권 민정수석실에서 생성된 ‘캐비닛 문건’은 증거능력과 장석자 등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스모킹 건’을 제시하지 못하는 특별검사팀을 우회지원하기 위해 문건을 공개했다는 시각이 있다.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도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길들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부 주도 경제 정책이 고착화 되면 사기업의 경영 유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정책만을 따라가다 보면 개별 기업들의 맞춤형 장‧단기 경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장과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고용과 투자 등을 무조건 늘릴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기업들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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