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압박 및 일자리 창출 이중고
수익 감소 불가피 채용 확대 부담감 ↑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 및 청년 실업률 해소 정책 추진에 이통 3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져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 및 청년 실업률 해소 정책 추진에 이통 3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은 KT발 채용 확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양사 모두 "아직까지 구체적 채용 규모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KT의 대규모 채용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최근 이통3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곤혹을 겪고 왔다. 후보 시절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놓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강력하게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도입 △공공 와이파이 확충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등을 핵심으로 하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았다. 

이통3사는 "적자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하면 약 4조6000억원에 이르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강한 실행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만큼 통신사들 역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이 더해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청년실업률(10.5%)이 18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가 하면 청와대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놓았다. 

통신사 중 가장 먼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화답한 건 KT다. KT는 18일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고 양질의 근로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공감하고, 이를 함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하반기 그룹 차원에서 약 4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5G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인력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계열사를 제외한 본사 차원의 채용인원 역시 지난해 410명에서 올해 450명으로 약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양사는 아직까지 하반기 채용 등에 관해 구체적 일정이나 규모 등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란 추측만이 제기될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상 SK텔레콤의 하반기 공채는 8월 말에서 9월초 진행된다”며 “타사의 채용 확대 정책이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채용 확대와 관련해서는 공식적 계획이 나온 바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 역시 채용 확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하반기 채용의 유무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업계는 통신사들이 이처럼 대폭적 채용 확대를 해 나가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AI, 5G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해당 분야의 인재 확보가 중요한 상황임에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통신비 인하 대책 마련’이라는 불끄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도 기업이기에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통신비 인하를 강제하기만 한다면 시장이 위축되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업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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