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으로 징역 12년을 구형받은 가운데 삼성그룹 자회사인 삼성증권이 이미 신청한 초대형IB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상향조정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초대형IB 관련 사안이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준비하던 삼성증권이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복병을 만나 초대형IB 설립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박영수 특검이 주도하는 국정농단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12년을 구형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덜미를 잡힌 것.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삼성증권은 지난달 금융 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 심사 보류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시했다.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하고 조달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은 국내 4대 증권사들이 인가를 신청한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1000억원이다. 인가를 받을 경우 약 8조원 이상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대주주의 재판’을 사유로 인가 보류 의사를 내비쳤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증권의 명목상 대주주인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의 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지난 3월 현재 29.3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을 0.06%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 관계인’이라는 점 때문에 당국은 그를 실질적 대주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신규 사업진출 인가를 내주기가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대 증권사들에게 초대형IB는 수년간 도약을 위한 ‘숙원사업’이었다. 이들 5대 증권사는 초대형IB 자격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넘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왔다. 결국 5개 회사 모두가 명목상으로는 조건을 충족했지만 당국이 이들을 전부 인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왔다.

만약 삼성증권이 인가를 거부당한다면 최대주주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징계가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당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실질적 대주주’로 표현하는 등 심사의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증권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국의 초대형IB 인가는 오는 10월경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자 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 '기관 주의' 등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 다른 회사들의 표정도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경제 문제에서 ‘공정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실질적으로 증명된 사건”이라면서 “다른 회사들도 초대형IB 인가에 있어 각자 위협요인을 갖고 있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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