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피로도 확산 경쟁력 저하 우려↑
뾰족한 해법 없어…경영부담 가중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동맥경화로 인한 조직 전체의 경쟁력 저하 우려까지 나온다.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비상경영’ 상황에서 조직개편, 인사 등 조직 효율화 작업은 점점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리더십 문제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사장단 인사는 올해도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은 큰 폭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의 의중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2014년과 2015년에는 소폭의 변화만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지난해에는 아예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연말에도 사실상 삼성의 사장단 인사가 힘들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사실상 4년째 삼성은 큰 폭의 조직정비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그룹의 효율화 향상 작업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해까지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 방위산업과 화학 등의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고, 해외 기술기업의 과감한 인수합병(M&A) 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다. 이 중심에는 이 부회장이 있었다.

과거 삼성은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통해 계열사의 문제점을 찾고, 이에 대한 대한 맞춤 처방을 제시했다. 또 구조조정과 사업 전환 등으로 계열사들의 시너지와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미전실은 올해 초 해체됐고, 각 계열사들은 최근 독자 경영 시스템으로 구축하면서 숲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총수까지 자리를 비워 삼성은 ‘플랜B’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과거 총수 부재를 경험한 그룹들은 집단경영시스템을 가동해 후폭풍을 최소화 했다. 두 차례 최태원 회장의 부재를 경험한 SK는 사장단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조율했다.

김승연 회장이 자리를 비웠던 한화는 원로 경영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로 리스크를 최소화 했다.

   
▲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삼성도 전문경연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는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장단 협의체나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모임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전자·금융 등 업종별로 계열사를 묶고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현안을 챙기는 방법도 거론된다. 그러나 삼성은 미전실의 부활로 오해를 살 수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국가대표기업 삼성의 지배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 등 경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삼성의 효율적인 시장 대응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내부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 당분간 현상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인사·구조 문제가 누적될 경우 중장기 전략 수립 등 경영 전반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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