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명확한 규정 없어 법제화가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신의성실의 원칙'을 천명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도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등 각급 법원의 시각 차가 커, 이에 대한 법제화가 정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간 법제화를 방치한 정치권과 정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 또한 일어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내 지급규정의 문구 하나 차이 때문에 법원 판단이 정반대로 나온 기아차 및 현대차의 통상임금 소송을 예로 들면서 "실제 내용은 동일한데 한두개 구문으로 임금 지급액이 달라진다고 하면 누구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지난 4년간 지지부진했던 법개정이 정치권의 직무유기이기도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가 '급여범위'에 대한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왔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만도 등 최근 9개 판례에서 1심과 항소심서 오락가락 엇갈리는 판결을 보여왔던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신의칙에 대해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및 '기업 존립 위태'의 범위가 모호하다고 보았다.

특히 법조계는 각급 재판부가 신의칙을 판단하는 '기업의 경영상태' 시점을 통상임금 소송대상인 과거 특정 시점으로 잡을지, 추가수당을 지급할 현재로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기아자동차 노조와 사측 간의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8월31일 노조의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사진=미디어펜

또한 법조계는 "신의칙 적용에 관한 법관들의 눈높이가 제각각이라 각급 법원의 판결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넓게는 지난 수십년간 기본급을 낮추고 상여금 비중을 높여온 기업들의 관습적인 임금체계 문제로 보고 있다.

법조계는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인정한 판례를 재확인하면서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기업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2013년 대법원 판결 후 올해 6월까지 소송을 겪은 100인 이상 사업장은 192곳이며, 여전히 소송 중인 기업은 115군데에 달한다.

지난달 31일 1심재판부의 '일부 인정' 선고에 따라 기아차 사측이 총 추가비용 1조원을 부담하게 되는 등 재계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당장 통상임금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고용노동부 또한 "국회와 협의해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정관계가 통상임금의 적용 범위와 시점에 대해 어떻게 논의하고 결론을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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