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권만 보면 달라진 게 전혀 없죠. 어딜 봐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가 판치는 건 똑같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A씨)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문제는 ‘낙하산’이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루가 달리 영업환경이 표변하는 업계 상황과 새 정부 ‘개혁’ 구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 사진=IBK투자증권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성호 사장의 공식 임기가 지난 8일 끝났다. 그럼에도 신 사장은 계속 사장직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후임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예 인선작업이 시작되지도 않아 하마평만 간간히 나오는 형편이다.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정치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IBK투자증권 모회사는 IBK기업은행으로 지분율은 83.86%에 달한다. 그리고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기획재정부다. 

‘족보’가 이렇다 보니 IBK투자증권 사장직에는 그동안 당연하단 듯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심지어 공모 절차도 없이 정부가 찍은 인물이 곧장 사장직에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현직 신 사장의 경우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으로, 같은 곳 출신인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희수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과의 친분이 인선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가 많았다.

시간이 흘러 신 사장은 이미 2년 임기에 1년 연장까지 마친 상태다. 정관상 더 이상의 연임은 불가능해 결국 새로운 인물이 사장직에 올라야 하지만 ‘정리’가 끝나지 않아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누구를 내려 보낼지 정부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시장 안팎에서는 조한홍 전 미래에셋증권 기업RM 부문 대표를 비롯한 몇 명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인물이면서 정권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이름들이다.
 
이 가운데 증권업계와 크게 관계없는 언론계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해 뒷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사 관계자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은 없어 보이는 하마평”이라면서도 “언론계 인물이 하마평에 올라도 크게 이상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혁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새 정부 금융권 인사는 기존 정권과 별 다를 바 없는 ‘낙하산 퍼레이드’로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신임 금융감독원장 유력 후보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거론된 점은 두고두고 새 정부의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과 금융노조, 참여연대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인선 막판에 현직 최흥식 원장(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방향이 바뀌었지만, 여론이 조금만 흔들렸어도 금융계 경력이 전무한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나올 뻔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선이 확정된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은 출근에 성공(?)했지만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노조 반발이 너무 심해 지난 11일 예정된 취임식조차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은 여론의 관심이 덜하면서도 좋은 자리가 많아 원래 낙하산 인사가 성행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말로는 개혁을 외치는 새 정부가 기존 정권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낙하산 인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유감”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IBK투자증권의 모회사인 기업은행의 경우 전임 권선주 행장 다음으로 다시 한 번 내부 출신인 김도진 행장이 승진하는 사례가 이어져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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