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기업들 '개혁의지'에 의구심"
재계 "재단 전수조사? '지나친 간섭'"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집단국을 앞세워 "기업 공익재단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그룹의 전문경영인과 만나 이 같이 밝히고 "기업의 개혁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발언은 기업의 공익 재단이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그룹 계열사 주식을 대량 보유하면서 오너 일가의 우회적 지배에 동원되고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날 회동은 김 위원장과 5대 그룹의 '소통'을 위한 자리였지만 '질책'의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우회적인 압박에 대기업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재계 관계자와 일부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기업의 공익재단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실태 점검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업의 공익재단을 조사할 권한이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공익재단 성격에 따라 소관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공정위에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주사 수익구조 실태 점검'에 대해 "수익구조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의 구성, 지분율, 부채 비율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만 '수익구조'에 대한 부분까지 공정위의 권한이라고 보는 것은 애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공정위의 일방적인 행보에 "지나친 간섭"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공익재단·지주사 감시는 기업 활동을 위축 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공익재단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필요하지만 이는 공정위의 감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공익재단은 기업의 이윤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만든 법인이고, 그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이윤이 남는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구체적인 불법 사안이 없음에도 정부가 기업의 공익재단 일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정위의 행보는 마치 기업이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위장된 공익재단을 만든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며 "공익재단이 사회에 기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지배권 강화'만을 내세워 공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객원교수는 "공정위의 행보는 기업의 공익재단을 비정상적인 편법집단으로 규정지을 위험성이 크다"며 "공정위가 제기한 문제는 '법'과 '도덕'의 사이에서 애매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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