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비스산업이 도입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산업군에는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서비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나오고 소비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만족' 정책의 부작용이다. '갑과 을의 전도', '을의 갑질화'가 보다 노골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블랙컨슈머'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기업이나 직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소개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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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획-블랙컨슈머⑫]해외서도 문제되는 '블랙컨슈머'…어떻게 대처할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의 주무대는 교도소다. 이 드라마에는 사회에서 각기 다른 범죄를 저지른 여성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로나 모렐로는 수감되기 전 대표적인 ‘블랙컨슈머’였다. 인터넷을 통해 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들에서 다양한 제품을 잔뜩 구입한 뒤 나중에 전화를 걸어 “구두가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식이다. 물론 제품은 이미 받은 상태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브랜드 측의 대응에 모렐로는 오히려 “문제 삼지 않을 테니까 전액 환불해 달라”고 말한다. 소비자 불만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브랜드의 입장을 역이용해 사기를 치는 수법이다. ‘기업이 갑이고 고객은 을’이라는 고정관념이 뒤집히는 순간이다.

   
▲ 한국의 '블랙컨슈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선진국 또한 블랙컨슈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 문제를 '당사자간 해결'의 원칙을 고수한다. 물론 죄질이 나쁠 경우 국가가 개입해 사기죄를 적용, 엄격한 양형을 적용하기도 한다. /사진=미디어펜


본지 미디어펜은 그동안 10여 차례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국내 블랙컨슈머들의 생생한 사례를 조명해 왔다. 그런데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인종과 문화가 다양한 만큼 해외에서의 블랙컨슈머 사례 또한 엄청나게 많다.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블랙컨슈머 문제에 대한 선진국들의 대응이 국내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개인의 권리’와 ‘조직 권리’의 대립으로 보고 있다. 전자가 후자를 심대하게 훼손했다고 보이는 경우 ‘비이성적 행위’로 간주돼 악성 민원 혹은 블랙컨슈머로 분류한다. 

독특한 점은 이 경우 국가 기관이 개입하지 않고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소비자 기관은 둘 사이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만 문제를 이관 받아 해결에 나선다. 기업과 소비자의 갈등을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단, 해당 소비자가 블랙컨슈머로 판명된 경우 처벌은 엄하다. ‘사기죄’를 엄격하게 적용해 처벌하며 양형도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햄버거 체인점에서 한 부부가 음식을 먹다 ‘사람 손가락을 씹었다’며 햄버거 회사에 100만달러(11억 1850만원)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자작극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었다. 이들은 결국 사기죄를 적용받아 징역 9~12년을 선고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블랙컨슈밍이 사기절도(Larceny) 혹은 갈취(Extortion)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범죄의 경우 연방양형기준법에 의거해 사기죄 기준 기본범죄등급 6점에 피해액수 비례해 점수를 추가한 뒤 최종 점수에 따라 양형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불만 처리기록과 세분화된 대응 매뉴얼을 적용해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의 악성민원에 대처하는 실용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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