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 예측 문제…급전지시 이어져
2011년 9월15일 '블랙아웃' 재현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철강·화학업계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주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최근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월까지 최대 전력 수요를 8만5200MW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요가 이를 상회함에 따라 향후에도 전망치가 틀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급전지시를 내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최대 전력수요가 각각 8만5600MW·8만5500MW를 기록했지만, 산업부의 감축 지시량을 더하면 전력수요는 8만7100MW·8만8800MW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산업부의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된 셈이다.

   
▲ (왼쪽부터)포스코·현대제철 현판/사진=각 사


전력 사용량이 많은 이들 업계는 전력 수급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급전지시로 인한 공장 중단 등 불이익이 이어질 수 있으며, 2011년 9월15일 발생한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급전지시는 정부가 기업에 전력 사용량 감축을 요청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은 공장 및 사무실 냉난방기 가동 중단 등으로 대응한다.

당시 정부는 최대 전력수요량을 6400만kw로 예상했으나, 전력수요가 6726만kw로 증가하면서 예비전력이 안정 유지수준인 400만kw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자율절전 95만kw·직접부하제어 89만kw를 시행했지만 예비전력이 400만kw에 미달해 지역별 순환단전 조치를 취했으나, 예고되지 않은 단전으로 인해 628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 롯데케미칼이 설립한 말레이시아 법인 'LC타이탄'(왼쪽)·LG화학 나주공장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 조감도(오른쪽)/사진=각 사


업계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등한시했던 점도 원인이었다며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도 우려했다.

발전원별 연중 가동률을 보면 각각 83%·81%를 기록한 원전과 석탄에 비해 태양광과 풍력은 10%대에 그치는 등 효율이 낮고, 구름·무풍 등 기상에 따라 발전 여부가 갈라지는 등 '간헐성' 문제가 지적된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대만과 호주에서는 각각 지난해 8월과 2015년 발전소 1기 가동 중단과 모든 풍력발전기 중단으로 제철소 등 산업시설과 상업시설 등에 정전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수요는 4차 산업혁명과 투자 증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탈원전을 위해 수급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는다면 전력공급 차질 등의 부담을 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일조량과 풍량이 충분할 때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시 방출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활용한다고 해도 전력 공급 관련 불안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 집계에 따르면 2015년 전력 사용량 1위는 현대제철이었으며, 포스코·동국제강·OCI·LG화학·롯데정밀화학·한화토탈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리고, 길면 잘라서 침대에 맞추는 방식으로 나그네들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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