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하랄 땐 언제고" 엇박자 정책
전 세계 유례 없어 …도 넘은 정부 '갑질'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 행보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법 취지와 달리 오너 일가의 부를 늘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외국의 경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든, 순환출자 구조든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정부가 순환출자 대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지주회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로 악용되고 있다”며 자회사의 지분율을 늘리라고 강요해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3일 “SK, LG, GS 등 18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배당수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8%에 불과하고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등 배당 외 수익 비중이 43.4%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지주회사가 본래 법 취지와 달리 배당 외 수익 비중을 늘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나 지배력 확대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체임버 라운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주회사 수익구조 '잘잘못 대상' 아냐…자율성 존중해야

박기흥 공정위 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관리하고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는 게 본래의 모습인데, 지금은 배당 외 수익 비중이 커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율을 높이고 배당수익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주회사가 본래 법 취지와 달리 배당 외 수익 비중을 늘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나 지배력 확대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 수입이 많고 적음을 문제 삼아 지주사 설립의 본래 취지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지주회사의 배당금이 많고 적음은 잘잘못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비상장 회사를 가지고 있다면 주식 비중이 높고, 상장회사를 가지고 있다면 지분 수익보다 다른 수익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지주회사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고,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있다”며 “지주회사가 어떤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하랄 땐 언제고" 일관성 없는 정책에 기업만 힘들어

공정위의 이 같은 지적은 ‘지주회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다시금 번복한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지주회사가 피라미드형 지배를 가능하게 한다는 이유로 이를 전적으로 금지했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최근에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삼성그룹을 압박하며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때문에 순환출자는 순환출자대로, 지주회사는 지주회사대로 ‘공격’을 가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기업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유도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지주회사를 ‘편법’으로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수조원을 투입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또 지분율을 늘리라니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높이게 되면, 기업은 지분을 늘리기 위해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높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사업 투자에 돈을 써도 모자란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왈가왈부…전 세계 유례 없어, 대한민국이 유일

전문가들은 전적으로 기업의 영역인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사항으로 인식해 지주회사의 설립과 운영 등에 대한 규제를 별도로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가 낫다거나 순환출자가 낫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어느 것이 기업 성과에 더 낫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순환출자로 가든 지주회사체제로 가든,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순환출자는 구시대적이고 지주회사는 투명한 지배구조인 것처럼 강요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지주회사조차 잘못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 자회사는 하나의 기업과 다를 바 없는 것인데, 이것을 ‘내부 거래’로 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공정위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들에게 대기업은 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경영권 찬탈을 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려는 수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지배구조가 유리할지 기업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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