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산업 분리하겠다…기업 지배구조 ‘흔들’
과도한 의결권 제한…‘사유재산’ 침해 소지 있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제정 된지 38년이 흐른 지금,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정 방향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대기업 규제, 독과점규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에 편중돼 있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미디어펜은 공정위의 개정안에 포함된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확대 △순환출자규제 강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제도 강화 △대기업기반 소속 공익법인 규제 △지주회사 제도 개편 등 기업을 옥죄는 개편안에 대해 분석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개정안 왜 문제인가③]-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 등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현행 15%에서 5%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의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핵심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난 18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상장사 등에 대한 일부 예외가 허용돼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계열회사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현행 15%에서 5%로 제한하는 것에 의견이 수렴됐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 세워진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른바 ‘우호 지분’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시켜 계열사 간 고리를 끊으려는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이에 대해 “공정위의 개정안은 금융과 산업 간에 분리를 확실하게 하자는 목적”이라며 “삼성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 특임교수는 “세계는 지금 금융과 산업의 융합시대로 가고 있다”며 “중국 알리바바의 경우 위뱅크와 마이뱅크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과 산업에 대한 분리를 강하게 하면 두 사업 모두 발전할 수 없다”며 “4차 산업 시대에는 금산분리가 아닌 ‘금산융합’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과 산업 분리하겠다?…기업 지배구조 ‘흔들’ 

공정위의 일명 ‘금산분리’ 개정안은 세계 흐름에 역행할 뿐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든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줄이면 계열사 지분을 갖지 않게 되고, 이는 결국 계열사 간 연결 고리가 차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의 1대 주주는 외국 자본이나 국민연금이 돼 의사 결정에 차질이 생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 교수는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하게 되면 국민연금이 1대 주주가 되고, 엘리엇 등 외국 자본이 기업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결권이 줄어들면 인수·합병 등 그룹의 의사 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왜 보험회사가 전자회사 주식을 못 갖게 하냐”며 “외국에 ‘은산분리’는 있어도 ‘금산분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자본이 시중 은행을 못 지배할 뿐 금융을 산업과 분리하게 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의결권 제한…‘사유재산’ 침해 소지 있어

기업이 소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핵심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정위의 타깃이 전체 대기업이 아닌 총수가 존재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인 있는 기업’의 손발을 묶어두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준선 교수는 “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등 주인이 없는 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는데 총수가 있는 기업의 경우 그럴 수 없다”며 “그래서인지 정부는 유독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즉 재벌에 대해 ‘확실하게 다루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려는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정위의 이 같은 움직임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를 바꿀 땐 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기업이 적응하기 힘들다”며 “기업 활동에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인데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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