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0여곳의 시범적 철수를 북한과 협의하고 있다. 새로 펴내는 국방백서에는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대북 유화책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과의 협의에서 몇개 GP를 철수하기로 했나'는 무소속 서청원 의원의 질문에 "상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북한과 1km 이내에 있는 GP를 철수하기로 했다"며 "10여곳을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DMZ에서 운영되고 있는 우리측 GP 개수는 북측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22일 국방백서에 나와있는 북한군 표현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12월 발간될 국방백서에는 북한군을 '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군사적 위협' 등으로 표현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백서는 2004년부터 2년 단위로 발간됐다. 최근 발간된 '2016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방부의 결정에 당장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북한 지도부에 읍소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의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군대를 희생시키면 향후 협상에서 우리측이 '레버리지'를 잃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CBM(confidence building measure, 신뢰구축 조치)을 위해선 군축이 좋은 방안"이라면서도 "상호 신뢰를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으로부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조치)하는 것은 '신뢰구축'을 벗어나는 일"이라며 "우리가 달라짐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행태는 외교학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또 권력을 따라가는 정부의 안일한 행태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최근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문건 논란 등 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청와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부부처도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통일부가 주장하는 게 10이라면 국방부는 4~5선에서 타협해 나감으로써 큰 시행착오 없이 나라가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현 정권의 분위기를 판단한 군 마저도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국방부가 앞장서려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반발과 우려에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유화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칠 전망이다. 앞서 남북·북미 회담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대북관계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판단이 정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 다만 정책에 있어 찬반여론이 나오는 만큼 정부의 기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