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9월 정기국회가 다음달 3일 열리지만 쟁점이 되는 법안들은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범위를 결정하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의 경우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전날(30일) 본회의 시간을 미루면서까지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보이던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상임위원회별로 법안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며 "오늘 부득이 본회의 처리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여야가 의견차를 보이는 법안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다. 의결권이 있는 은행지분을 34%나 50%까지(현행 4%) 늘리는 방안을 담은 이 법안을 두고 여야는 줄다리기를 해왔다. 

지난 24일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당초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민주당은 25~34% 수준으로 제시했고 한국당은 50%까지 확대하자고 했지만, 여야는 34%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지분보유는 제한하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자산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은 규제대상에서 예외로 하는 안을 주장했다. 재벌 대기업 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는 막으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등 기업에게는 사업진출 기회를 열어주자는 논리다. 반대로 한국당은 규제를 완화하는 데 특정 기업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로써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순조로운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9일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나타났듯이 여당 내에서조차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의견대립이 팽팽하기 때문. 홍영표 원내대표는 "여야 입장차를 좁히는 노력을 하고 수용할 수 있을때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은산분리 완화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몇몇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조차 처리를 주문한 규제개혁 1호 법안인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민주당 내부 이견으로 무산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경제를 옥죄는 규제를 풀자면서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 규제를 가져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