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교육청, 5년간 고교 감사결과 '실명 공개' 예정…내신 비리 속출에 공교육 불신 확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시를 며칠 앞두고 수시전형 근간이 되는 내신시험이 허술하게 관리되거나 학교생활기록부를 부풀리는 사례가 다수 드러나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뒤흔들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최근 5년간 초중고교를 감사해보니 이와 관련된 사례들이 드러난 것이다.

각 교육청은 수능 당일인 15일까지 고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할 예정이라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53)이 지난 7일 구속되면서 기존 내신 관리제도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과성적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까지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입 수시모집 비율은 76%에 달한다.

재수생을 포함해 전국 모든 수험생이 엄격한 관리하에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시험을 치르는 수능 위주 전형이 대부분인 대입 정시모집은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이 비중은 더 커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현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이 모집인원 77.3%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관건은 대입 76~77%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전형에서 대학별 선발 잣대로 쓰이는 내신에 대한 전국 각 고등학교 관리에 구멍이 나있다는 점이다.

학교별로 수시합격자를 늘리기 위한 '학생부 부풀리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 권한이 막강한 수행평가는 결과에 대해 학부모들이 이의제기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역별·학교별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의 난이도가 제각각이라 시험 공정성의 한 축인 형평성에 대한 시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는 중간·기말고사 출제에 오류가 나 29개의 정답을 바로잡았고 대전 한 고교는 성적이 좋은 10명의 학생에게 교내 상을 몰아줬다.

서울의 또다른 고교는 무단결석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는 등 학교생활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적발됐고 경기 한 고교는 2015~2017년 내신시험에서 39차례 복수정답을 인정했거나 정답을 정정했다. 전남 한 학교는 과학시험 31문제중 10문제를 1년전 기말고사와 동일하게 출제했다.

고3 내신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던 광주의 한 고교 행정실장(58)과 학부모(52)는 지난달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광주의 또다른 모 고등학교에서는 전직 기간제교사(36)가 고1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성적을 조작해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지난달 구속됐다.

전북의 한 여고에서는 수학교사가 1학년1학기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시험문제 일부를 특정 반에만 알려 준 사실이 드러나 재시험이 치러지기도 했다. 

경기지역 한 고교 교장은 이렇게 속출하는 '내신 부실관리'에 대해 "내신 관리가 비교적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던 서울 강남 숙명여고에서도 비리가 발생한 이상 관리가 허술한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자칫하면 내신을 매기는 공교육 시스템이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15일까지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공개될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많은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입학거부까지 우려된다"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감사 지적사항과 처분 등 공개될 전문내용은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교육청은 이번 감사결과 공개에서 회계 문제를 비롯해 시험문제 재출제·서술형 평가 부적정·시험출제 오류·학생부 특기사항 동일기재·학생부 기재 실수 등 세부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을 비롯해 시험출제 관리절차 등 학업성적관리지침에 대한 강화, 시험지 인쇄보관 장소에 CCTV 설치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상태다.

15일 교육청의 감사결과 공개를 계기로 추락한 학교의 신뢰가 회복될지, 비일비재한 내신 비리 쇄신을 위해 대학 입시에서 내신 수시 비중을 대폭 축소하게 될지 주목된다.

   
▲ 사진은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2017년 11월16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학교에 나와 자습하는 모습.(해당 사건과 무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