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향상' 위한 최초의 소비자전문단체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 의견' 시장과 정책 반영에 진력
봉사는 '베풀기'가 아닌 '더불어 살기'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것을 다른 이에게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는 뜻이다. 우리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추위와 어려움에 처한 약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베풀 뿐더러 더불어 살고자 애쓰는 시민단체가 많다. 더불어 살기에는 제한이 없다. 물질이든 일손이든 나눔과 배려 속에 우리사회는 더 건강해진다. 미디어펜은 '아름다운 동행' 연재를 통해 시민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더불어살기 움직임을 조망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언과 사회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시민사회 더불어살기⑦]작은 목소리, 모으면 큰 힘…소비자권리 보장하려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개인의 목소리는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된다. 1970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소비자운동 전문단체로 설립된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러한 모토를 몸소 실천에 옮기는 시민사회단체다.

정부의 하향식 지시나 정책 추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한 한국소비자연맹은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소비자 피해구제와 사전·사후 권리 보장을 위한 토대를 다져왔다.

1970년 1월 초대 회장인 김병국 서강대 경상대학장과 정광모 부회장(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및 박희선 부회장(협동교육연구원장), 박성호 상임이사(협동교육연구원 총무부장) 등을 주축으로 창립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창립총회를 개최한 후 연맹은 대구지부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별 연맹지부 설립과 부설기관 운영에 힘써왔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와 연맹은 어린이소비자캠프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국제세미나,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 전통시장 활성화, 소비자공익소송센터를 통한 소비자단체소송 제기, 대학생 소비자운동 홍보단 운영 등을 통해 대상·지역·주제를 보다 깊고 넓게 갖고 가면서 국내 소비자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보호운동은 한국소비자연맹 등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소비자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연맹은 '현대사회에서 소비자가 아닌 사람이 없고 공유경제 및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소비·생산의 국경이 낮아져 그 문제가 더 복잡해진만큼 소비자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소비자 권리를 기본권적 인권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지난 3월15일 세계소비자 권리의 날을 맞아 한국소비자연맹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소비자기본권 헌법 개정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소비자보호운동이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는 가운데, 연맹은 소비자 권리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한국소비자연맹 공식블로그

실제로 소비자 권리에 있어 가장 앞선 나라로 꼽히고 있는 미국의 경우,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의회 특별교서를 통해 '안전할 권리·알 권리·선택할 권리·의사를 반영할 권리'를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로 선언한 바 있다.

유럽에서 소비자 권리 보장에 앞섰다는 평가를 듣는 독일의 경우, 가장 핵심적인 소비자 보호정책으로 '소비자들이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맞이하는 디지털사회는 소비자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며 "소비자 권리가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받는,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정화 회장은 "연맹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목적은 소비자 권리 향상과 소비자 의견이 시장과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 개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조직화되어 소비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우리나라 소비자 보호와 권익 증진에 한국소비자연맹과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큰 역할을 해왔지만 좀 더 가야 할 길이 있다"며 "각종 송사를 살펴보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가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기업 등 공급자로부터 진실한 정보를 제공받거나 안전한 환경에서 소비생활을 할 권리 보장이 열악한 분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 비용 부담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각 소비자들이 소극적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기업 친화적인 법률 여건에 개개인이 설 자리가 부족한 편"이라며 "일각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악순환을 깨기 위해 소비자들의 작지만 소중한 권리를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 지난 6월 한국소비자연맹의 대학생 홍보단 발대식 모습. 젊은 시각으로 소비자운동을 알리고 실천할 27명의 대학생들은 이날 발대식을 통해 한국소비자연맹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비자 권리 및 운동에 대해 배웠다./한국소비자연맹 공식블로그

피해 구제 말고도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접하는 애로사항과 문제는 천차만별이다.

해외직구를 주문했지만 일종의 '호갱'(불리한 조건을 인지하지 못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바가지를 쓰고서 구매하는 고객)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급속도로 늘어난 전자상거래 환경 속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는 소비자도 많다.

급등하는 물가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소비자도 상당수이고, 가격 비교를 통하더라도 애초부터 불공정한 가격체계로 불합리한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도 많다. 서비스 계약을 맺고도 법적 미비한 점을 몰라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고통받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에 대해 연맹은 관련법률과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모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과 제도 제정에 힘썼고 소비자상담·상품테스트·소비자조사·교육에 대한 방법론 등을 개발하고 개선해나갔다.

또한 전문상담과 감시활동에 주력하는 소비자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도, 소비자공익소송센터를 만들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사업자의 부당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 등 인터넷 네트워크로 인한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은 공간과 시간의 장벽을 더욱 낮춰 대부분의 개인이 더 광범위한 소비자로 거듭나게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사명감을 갖고 소비자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한국소비자연맹이 향후 소비자 의식을 더욱 촉진하고, '기업 사회적 책임'의 변화를 얼마나 선도할지 기대된다.

   
▲ 2018년 대진 침대를 사용했던 소비자들 상당수가 회수 지연에 대한 상담, 신체적 정신적 건강 악화에 따른 피해보상에 대한 상담 등 고통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6월8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대진 라돈 침대 회수현황 공개 및 소비자피해보상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는 내용으로 다른 소비자단체들과 함께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한국소비자연맹 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