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수익성 제고·재정 안정화…'전문성·독립성 보장' vs '스튜어드십 코드' 충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는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현안보고를 받으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 향후 국민연금 개편안을 놓고 험로를 예고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성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참석한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의사진행발언과 본회의를 통해 개편안 4건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공방을 주고 받았다.

국민연금 개편 논란에서는 국민들을 위한 수익성 제고와 재정 안정화가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14일 소득대체율 조정 범위를 40∼50%·보험료율 9∼13%·기초연금 30∼40만원으로 조정하는 4개 정책대안을 제시하면서, 2개 대안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 그대로 묶어 어떻게든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려는 '폭탄돌리기'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국민연금은 16일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를 내달 초까지 결정한다고 밝혔고, 박능후 장관은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행사 안건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를 이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고 강조해 재계에 큰 파장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보건복지위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폭탄돌리기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더 퍼주겠다는 국민연금 개편안?

국민연금이 제시한 4개 개편안에 대해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추가 부담 없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대통령과 소관부처가 4가지 4지선다형을 제출하면서 무책임하게 국회로 공을 던졌다"고 지적했고, 유재중 의원도 "국민연금 재정안정방안이 없는 개혁안은 '폭탄돌리기'보다 더 나쁘다"며 "이런 무책임한 개편안을 국회로 가져와 논의한다는게 어불성설이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명연 의원 또한 "문 대통령이 4개 안을 승인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참담하다. 4개 안을 만들어놓고 '사회적 동의를 구하라'고 하는 것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며 "4개 안에 대한 설명도 이만큼 더 준다. 더 퍼주겠다는 내용이 주(主)"라고 언급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열린 상임위원회"라며 "재정추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이 무책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도 "(정부가 제시한 4개 개편안을) 비난하기 앞서 한국당이 반성해야 한다"며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합의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이런 논의 자체가 불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책임을 돌렸다.

정춘숙 의원은 "복지부가 책임감 없게 4개 안을 제시한 것이 문제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국회에 제출했다는 점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사회보험제도고 재정안정화 방안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 여야는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현안보고를 받으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사진=미디어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연금사회주의 논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용해 정부의 대기업 길들이기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보도가 있다"며 "사기업에 과도한 정치 개입을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의원은 "정권 문제가 되어서 국민연금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아직도 직업공무원들은 정신 못차리고 이러한 충성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 수익성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단 하나의 목적은 기업 운용의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라는 원칙 하에 철저히 움직일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특성을 반영해 전문성·책임성·독립성을 강화하고 보장하는 방안이 개편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관련 세미나에서 "국민연금법 102조 2항에서 최대수익을 획득하도록 운영한다고 규정함에도 사회적 가치를 위해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개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2025년 국민연금이 주식시장 시가총액 9%를 가질 전망인데, 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하게 되면 사회주의 경제체제"라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또한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기금운용본부장도 정부가 검증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연금사회주의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18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제 작동함에 있어서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실행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정부가 기업경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지시를 받아 자칫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지 우려된다.

정부 입장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어떻게 기업 경영에 개입하고 흔들지 예측하기 힘들다.

여야가 이를 실질적으로 견제하기도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국회 차원의 국민연금 개편안 합의 또한 쉽지 않아 국민들을 위한 수익성 향상에 보탬이 될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