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드루킹 범행으로 직접이익 더민주 정치인들 얻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자, 현 정권의 레임덕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된 2017년 대선에 대한 정당성 시비와 맞물려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가 출렁이고 권력의 균형추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우는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지난달 16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데 이어 '문재인 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지사마저 실형을 선고받자 현 정부의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 재판을 주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에서 "드루킹측이 피고인(김경수 지사)에게 보고하는 내용 주요 부분들이 당시 2017년 대선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온라인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인 피고인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적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탄핵 정국이 요동치던 2016년 12월 당시 "12월28일자 보고에 경인선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대포털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킹크랩 완성도는 98%라는 온라인 정보보고 내용이 있다"며 "경선 및 대선과정에서 피고인이 지지하는 후보(현 문재인 대통령)와 경쟁하는 세력의 댓글조작 상황, 이와 관련해 댓글작업과 킹크랩 사항 모두 있어서 피고인이 알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은 대선지원 활동 일환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동원(드루킹)이 대선 앞두고 민주당에 유리하게 이끌고자 이와 같은 댓글순위 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인데 그와 같은 범행으로 직접적 이익을 얻게 되는 측은 피고인을 비롯해 더민주 정치인들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재판부는 같은날 오전에 열린 드루킹 일당의 선고 공판에서도 "피고인들의 온라인 여론조작 행위를 통해 김경수 지사는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며 드루킹 김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야권은 이번 판결로 총공세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에게 김 지사의 댓글 조작을 알고 있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한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월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호송차로 향하는 김경수 지사(왼쪽)와 오전 선고공판 출석차 법정으로 향하는 드루킹 김동원씨./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어 속단하기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번 판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현직 도지사지만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이뤄졌다는 것은 재판부가 사안을 무겁게 여긴다는 의미"라며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등 드루킹의 경공모 모임에 참석해 격려를 보낸만큼 민주당 캠프의 선거운동과 상당한 접촉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김경수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네이버 포탈 등 언론 온라인기사에 붙는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고의적으로 움직이려 했다는 것"이라며 "재판부 또한 '온라인 공간의 투명한 여론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와 유사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재판부는 김경수보다 훨씬 더 희박한 증거에도 유죄를 내렸다"며 "국정원 댓글이 북한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적 측면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농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후속 사건으로 이어질 만한 판결이 확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경수 사건은 애시당초 문재인 정권 하에서 사정기관이 축소, 부실수사 의혹을 받아 허익범 특검에서 기소하고 유죄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현 정권에서 드루킹수사대 등 경찰,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해 김경수의 휴대전화·통신내역·계좌를 확보하지 못하게 한 검찰을 '댓글조작 범죄' 은폐의 공범으로 직권남용·직무유기를 엮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김 지사와 드루킹과의 비밀대화방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검찰이 '계좌·통신 조회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경찰은 김 지사를 소환 조사한 후 진술만 청취했다.

또한 검찰은 당시 김 지사의 국회의원 당시 보좌관인 한모씨의 자택·휴대전화·노트북·국회사무실·경남 김해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드루킹 수사 초기 단계에 압수수색 계획이 노출되어 법조계는 피의자들의 고의적인 증거 훼손을 우려했다.

징역 2년을 받고 법정구속된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측근인데다 지난 대선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 결과는 김 지사 개인의 안위 여부를 떠나 문재인 정권의 향방을 가늠짓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